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위안부 합의 파기하자 발끈…수산물 패소로 反韓 극대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韓日 경제 전면전 / 아베 한국 때리기 왜 ◆

한일 관계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근저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국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의 대외 정책 방향과 더불어 한국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란 얘기다.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화해·치유재단 해산, 세계무역기구(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패소 등이 아베 총리가 한국을 개인적으로 멀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라고 설명한다. 또 일본 내 반한 여론이 높아지면서 아베 총리의 행보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도 한몫했다. 한국 때리기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미·일 동맹을 중심축으로 형성해 이 지역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자신의 숙원인 '개헌'을 위한 여론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 화해·치유재단 해산

"이 모든 갈등의 근원에는 위안부 합의 파기와 화해·치유재단 해산이 있다." 일본 총리실 관계자들의 말이다.

2015년 12월 전격적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졌다. 양국 정부에선 성과라고 자축했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추가 조치는) 털끝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발언에 한국 여론은 분노했다. 또 한국의 정권 교체와 적폐 청산 등이 이어지며 결국 재단은 지난달 공식 해산됐고, 일본 여론도 들끓었다.

지지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합의를 추진했던 아베 총리는 해산과 함께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란 인식이 확고해졌다는 것이다. 지지층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한국에 더 강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 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시행에 나선 7월 4일.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의 첫 유세 장소로 후쿠시마를 택했다. 지역 특산물인 복숭아를 시식한 뒤에 가두연설을 시작했다.

동일본대지진(2011년) 이듬해에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를 비롯한 피해 지역 재건을 선거 때마다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상징하는 정책이 후쿠시마와 인근 지역 수산물 수출 정상화였다. 정권 차원의 노력으로 54개국·지역에 달했던 수산물 수입 금지국은 22개로 줄었다. 아베 정권에선 한국을 상대로 WTO 수산물 분쟁에서 승리한 뒤 이를 발판으로 나머지 국가와 지역을 상대로 한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었지만 패소하면서 모든 것이 틀어졌다. 지난달 참의원 선거전에서 자민당은 후쿠시마 인근 지역구에서 전패했다. 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특히 우리 정부가 WTO 소송팀을 국가 영웅으로 추켜세웠던 것이 아베 총리에겐 모욕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 악화된 일본 여론

지금까지 양국 관계에선 한국 때리기에 반대하는 일본 내 여론이 브레이크 역할을 해왔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일본 여론이 급속히 악화된 것은 지난해 10월 말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 이후다. 판결 자체보다 일본 측 대화 요구에 우리 정부가 전혀 응하지 않은 것이 일본 여론이 한국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고 일본 내 한국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한 결정에 대한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찬성(58%)이 반대(20%)를 큰 폭으로 상회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여기엔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전후 세대가 일본 사회의 주역이 돼 가는 인구 변화도 한몫했다.

◆ 강한 일본 부활이 목표

아베 총리는 본인의 정치적 목표를 담은 저서 '새로운 나라 일본'에서 자신의 사명으로 '전후 체제 탈피'를 들고 있다. 일본이 전쟁의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보통국가로 거듭나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목소리도 내는 새로운 나라가 되자는 것이다. 즉 강한 일본을 되찾자는 것이다.

핵심은 군사력 보유 등을 금지한 헌법 9조의 개정이다. 현재의 헌법이 전후 연합국총사령부(GHQ)에 의해 강제된 굴레란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국내 여론 반발이 여전해 헌법 9조 개정은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일본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장기적으로 헌법 9조 개헌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활용하는 여론 결집을 위한 수단이 한국 때리기인 셈이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