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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버려지거나, 먹히거나…선택받지 못한 개들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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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반려산업의 슬픈 실체

2회. 폐견, 버려지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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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경매장의 컨베이어벨트

경매장에서는 생후 40~50일의 강아지들이 플라스틱 상자를 타고 컨베이어벨트에 올라 전시됐다. 50~60평 규모의 경매장에는 100여명의 사람이 모여 두세 시간 동안 200여 마리의 강아지를 거래했다. 15초에 한 마리씩 경매대에 오른 강아지들은 대략 3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에 팔렸다. 최우선 기준은 외모였다. 경매 직전, 외모를 꾸미려 목욕하다 죽는 강아지도 있었다.



2회. 폐견, 버려지는 강아지

한손에 쏙 들어오는 아기 비숑은 완벽해 보였다. 복슬복슬한 털, 순한 눈망울, 모아 쥔 앞발이 귀여웠다. 찬찬히 살펴 찾아낸 단점이라고 해봐야, 주둥이가 조금 길다는 정도. 사람들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지난 6월26일, 경기도 김포 ○○경매장에서 만난 아기 비숑은 경매에서 유찰된 강아지들이 담긴 노란색 물류 바구니 안에 있었다.

6곳의 반려동물 경매장을 취재하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강아지를 만났다. 그 가운데는 팔리지 않는 강아지들도 있었다. 그들의 앞날이 어찌 되는지, 우리는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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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 사유는 너무 많았다


6월20일 경기도 광주 △△경매장, 100여 좌석의 맨 앞줄에는 ‘거상’들이 앉아 있었다. 강아지들이 잘 보이는 그곳은 경매장과 자주 거래하는 단골 구매자들의 자리였다. 3번 구매자 앞에는 10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개들이 종이 박스에 담겨 착착 쌓여 갔다.

그의 의자에는 △△△△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만 10여개 지점을 가진 프랜차이즈 펫숍이었다. “말티 수컷입니다. 얼굴 너무 깜찍하네요. 50만부터 갈게요. 되게 귀여워요. 51, 52…, 58, 59, 60(만원). 3번!” 말티 수컷은 손잡이를 접어 휴대할 수 있는 종이상자에 담겨 3번 낙찰자에게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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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자는 강아지 꼬리를 들어 항문 상태를 확인했다. 앞다리를 만져 탈구 가능성을 살피더니, 한쪽 귀를 가슴에 대고 심장 소리를 들었다. 입으로 후후 바람을 불어 털 아래 피부염은 없는지 살폈다. 휴대전화로 사진도 찍었다. 사진에 예쁘게 나오는지 확인하려는 듯했다.

외모와 건강을 점검하는 시간은 5분 남짓. 강아지의 운명은 이 시간에 달렸다. 펫숍 사업자는 5분 동안 ‘한 달 안에 팔 수 있을지’ 가늠한다. 조건에 맞지 않는 강아지는 그 자리에서 반품된다. 경매 진행 중에도 개들은 쉴 새 없이 반품당했다. 반품 마감은 경매 다음 날 낮 12시지만, 낙찰자는 ‘현장 반품’을 선호했다.

밥을 잘 먹지 않거나, 심장 소리가 나쁘다는 이유로 강아지들은 반품됐다. 탈장, 귀 청소 상태, 항문 냄새, 눈곱, 숨골, 부정교합, 아이라인 유무 등도 반품 사유가 됐다. 보조 경매사에게 반품 사유를 이야기하면, 강아지는 농장에서 담겨 나왔던 플라스틱 우유 상자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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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찰되고 반품당해도 강아지는 자랐다


한바탕 경매가 끝나면, 유찰되거나 반품된 개들이 재경매에 올랐다. 간혹 재경매가 없는 날에는 구매자가 경매 준비실에 들어가 유찰된 개들을 살펴보고 경매장과 직거래했다.

반품 과정에서 농장주, 경매사, 펫숍 사업자 사이에 언쟁도 일어난다. 6월25일 경기도 김포 □□경매장에서 반품당한 몰티즈가 재경매에 올랐다. “몰티즈, 이쁜데 부정교합이 약간 있네요. 20만원!” 경매사가 입을 떼자마자 바로 낙찰됐다. 뒤편에 앉아 있던 농장주는 고함을 질렀다. “25만원 받으라니까, 왜 20만원에 팔아?” 반품당한 강아지의 농장주를 달래려고 경매사가 애쓰는 경우도 있었다. “밥을 안 먹는다고 반품됐는데, 배가 빵빵하네요.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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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매에서도 팔리지 못한 개들은 농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루 이틀 뒤, 농장주는 강아지를 데리고 다른 경매장을 찾는다. 같은 경매장을 다시 찾는 경우도 있다. 몇 차례 유찰 또는 반품을 반복하면서 강아지들은 자란다. 몸집이 커지면 인기는 더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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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새끼를 ‘빼는’ 종·모견으로


경매장을 취재할수록 의문이 커졌다. 외모가 좋지 않거나 건강하지 않다는 이유로 5개월 이상 유찰만 거듭해 ‘상품가치’가 사라진 강아지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6월26일,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경기도 김포 ○○경매장에서 한 농장주가 철장에 갇힌 갈색 푸들 앞에 섰다. “얘는 얼마야? 5개월쯤 됐으려나.” 경매장 직원이 답했다. “15만원에 가져가요.” 곁에 서 있던 우리가 농장주에게 물었다. “모견으로 데려가시게요?” 농장주는 웃으며 말했다. “응.” 갈색 푸들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생후 5~7개월이 되도록 팔리지 못한 강아지 가운데 일부는 모견(암컷)이나 종견(수컷) 후보로 경매장에 돌아온다. 갈색 푸들도 그런 강아지 중 하나로 보였다. 원래 농장에서 다른 농장으로, 철장에서 태어나 다시 철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생후 1년이 되기 전부터 번식을 시작한 종·모견들은 보통 8~9년 또는 죽을 때까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새끼를 ‘빼는’ 일만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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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있는 개들만의 경매장


취재 과정에서 우리는 관련 업자들을 통해 경기도 고양 XX경매장에 대해 알게 됐다. 잘 팔리지 않는 개들을 거래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폐업하는 펫숍에서 ‘떨이’로 내놓은 개, 몸이 약하고 ‘하자’가 있는 개, 가정에 입양되지 못하고 농장에서 커버린 개들이 거래된다는 것이었다.

XX경매장의 위치와 경매날짜를 알아내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어렵게 경매장 대표와 통화했지만, “우리는 모두 대형견이고, 강아지는 (경매에) 많이 나오지 않는다. (펫숍 하는 사람은) 와도 살 것이 없다”며 경매 정보를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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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문 끝에 7월14일 오후 찾아간 XX경매장의 외관은 과수원이나 종묘장처럼 보였다. 검은 가림막을 둘러친 비닐하우스 입구에 네 글자가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버섯재배’. 그러나 비닐하우스 안에 버섯은 없었다. 내부로 들어가자, 이전 취재에서 보았던 경매장들과 똑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70여개 좌석 위로 경매 버튼들이 늘어져 있고, 진행석 뒤에는 빈 케이지들이 쌓여있었다. 이미 경매는 끝난 듯했다.

경매장 밖 테이블에서 몇몇 농장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여기에 썩 좋은 개는 안 나와.” ‘시바 전문 견사’를 운영한다며 명함을 건넨 농장주는 “저렴한 것들은 나오지만, 처음 시작하는 거면 경기도 남양주 ◇◇경매장으로 가는 게 낫다”는 충고를 건넸다. 1시간 전에 경매가 끝났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른 농장주는 이날 경매에서 산 강아지들을 보여줬다. “그래도 진주가 나와.” 잘만 찾으면 1만원에 좋은 개를 사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작은 바구니 뚜껑을 열자, 품종을 알기 어려운 강아지 세 마리가 꼬리를 흔들었다. 낯선 사람의 손길에도 순순히 눈만 껌벅이는 강아지들을 “연신내 역 앞에서 팔면, 마리당 4만~5만원은 받을 수 있다”고 농장주는 말했다. XX경매장에서 팔려나간 강아지들이 재래시장에서 거래된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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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시장 바둑이의 운명


7월19일,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서 그 연결고리를 볼 수 있었다. 상설시장의 한 골목에 ‘육견’ 판매점포가 있었다. 예전에 비해선 축소됐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개고기 있어요.” 호객하는 상인 앞에 놓인 냉장고 옆면에는 붉은 글씨로 ‘똥개’라 적혀 있었다.

육견 점포들이 늘어선 도로의 건너편 주차장에 반려용 강아지를 파는 상인들의 좌판이 있었다. 드문드문 늘어선 6곳의 좌판마다 평균 10여 마리의 강아지를 팔고 있었다. 두어 곳은 어린 품종견들이 주류를 이뤘고, 나머지는 도사견 또는 진돗개 믹스견의 새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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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개농장에서 보았던 ‘뜬장’보다 작은 사이즈의 ‘뻥개장’(사방이 뚫린 작은 케이지) 안에는 더위에 늘어진 강아지들이 많게는 9마리까지 들어차 있었다. 테이블 위에 매대를 차려 잠시나마 강아지를 풀어준 곳은 상태가 좋은 편이고, 대부분의 상인은 닭이나 염소와 함께 바닥에 놓인 케이지에 개를 가둬두고 있었다.

어느 좌판에서 아는 얼굴을 만났다. 경기도 남양주 ◇◇경매장에서 주로 ‘싼 개’를 낙찰받던 업자였다. 그의 좌판에는 몰티즈, 푸들, 미니핀 등 품종견들이 주로 진열됐다. 이들 품종견 또는 건강해 보이는 강아지들은 5만~30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생후 2~3개월이 갓 지난 믹스견들은 마리당 2만~3만원의 가격으로 거래됐다. XX경매장 앞에서 만난 농장주가 제시한 가격과 비슷했다. 폐장 시간이 다가오자 그 가격은 마리당 1만원으로 떨어졌다. 2만~3만원에 두어 마리를 묶어 팔기도 했다.

경매장에서 볼 수 없었던 다 자란 개도 모란시장에 있었다. 고양이를 주로 파는 매대에서 눈빛이 불안해 보이는 ‘바둑이’를 발견했다. 바둑이는 이날 시장에 나온 강아지 가운데 유일한 성견이었다.

“며느리가 출산이 임박해서 (파양하니) 좋은 곳으로 보내 달라”고 어느 아주머니가 부탁했다는 개의 가격은 1만원이었다. 바둑이는 시장의 다른 강아지들과 달리 사람의 손길을 반기지 않았다. 다가가면 등을 돌려 돌아눕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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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남자는 시장 좌판에서 모견용 비숑을 찾고 있었다. 지금 기르고 있는 7개월짜리 암컷 비숑의 “덩치가 너무 커서 번식에 적합하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번식업자들은 더 작은 크기의 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반려견 구매자들이 작은 개를 선호하는 탓이다. 그는 모란시장의 상인들에게 적당한 모견을 추천받고 싶어 했다.

강아지와 닭을 함께 팔고 있는 시장 상인에게 개들이 어디서 오는지 물었다. “데리고 오는 곳이 있어.” 어디서 데려오는 것인지, 직접 키운 것은 아닌지 다시 물었지만, 길게 답하진 않았다. “장사하는 사람은 키워서는 못 팔아.”

빗방울이 쏟아지려 하자 상인들은 가격을 더 낮춰 불렀다. 30만원을 호가하던 닥스훈트는 15만원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대부분의 강아지는 파장시간이 될 때까지 팔리지 않았다. 짐칸 전체를 개장으로 개조한 1.5톤 트럭이 어느 좌판 앞에 섰다. 여름의 더위를 시장 케이지에서 받아낸 강아지들은 다시 트럭의 케이지로 옮겨졌다. 사람에게 질렸다는 듯 돌아눕던 1살짜리 암컷 바둑이도 장이 파하도록 케이지에 남아 있었다. 바둑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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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견, 국물용, 유기견


‘돈의 논리’에 따라, 아무도 원치 않는 개들의 다수는 식용견 시장으로 흘러간다고 동물권 단체들은 주장한다. 오래전 개 번식업에 종사했다가 이제 동물보호단체를 운영하는 ‘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이하 행강집) 박운선 대표는 “10여년 전만 해도 ‘폐견’들을 수거해 건강원으로 납품하는 업자들이 있었다. 이른바 ‘나까마’라고 불리는 중간 상인들이 번식농장을 돌아다니며 마리당 1만원 또는 5천원에 매입해 개소주집이나 개고깃집에 판매했다”고 말했다.

펫숍으로 팔려나가지 않는 강아지는 모견 또는 종견으로 농장에 팔리고, 교배 능력이 떨어져 그 역할까지 다하면 또다시 경매장에 매물로 돌아온다. 이 개를 ‘폐견’으로 부른다는 것을 우리는 처음 알았다. 경매장에 나온 폐견들은 마리가 아니라 상자 단위로 거래된다. 몇 마리씩 한 상자에 넣고 헐값에 파는 것이다. 이런 폐견을 낙찰받아 가는 사람들은 육견 판매업자라고 동물단체들은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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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자들은 육견으로 팔리는 이런 폐견을 ‘국물용’ 혹은 ‘육수용’이라고 표현했다. 동물단체 동물구조119는 7월23일 경기도 포천의 한 번식장에서 모견 9마리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는 “농장주가 ‘번식능력이 떨어진 모견을 개고기 육수용으로 처리하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해서 구조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음성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육견 경매장’뿐만 아니라, 반려견 경매장에도 가끔 폐견들이 나온다. 경기도 고양의 XX경매장은 원래 반려동물을 파는 곳이지만,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 경매장을 ‘반려동물 최후의 경매처’로 꼽았다. 카라는 2014년 발표한 <반려동물 대량생산과 경매 그리고 식용도살 실태보고서>에서 “(번식농장의) 모견, 병 들거나 제때 팔리지 않은 대형 품종견들이 식용으로 도살되기 위해 XX경매장에서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201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펴낸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농경연은 반려동물의 사육, 생산, 유통, 유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경기 위축 또는 과잉생산으로 (반려동물) 판매가 부진하면 경매가 유찰되고, 유찰된 반려견이 식육견으로 판매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적었다.

농경연의 보고서는 2년 전, 카라 보고서는 5년 전에 발표됐다. 박 대표의 증언은 10년 전 상황에 대한 것이다. 이후 당국의 단속과 여론을 의식한 업자들이 육견 유통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폐견들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밝혀진 바는 없다. “번식농장 종모견으로 이용되었을 아이들(강아지들)이 최근에는 유기견으로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박운선 대표는 말했다. 육견으로 판매하지 않더라도, 시골길이나 한적한 거리에 그냥 내다 버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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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거나, 버려지거나, 먹히거나


XX경매장에서 육견을 목적으로 개가 거래되는지 아닌지, 우리는 확인하지 못했다. 현장 접근이 어려웠고, 경매 시간을 공개하지 않아 실태를 목격할 수 없었으며, 다시 취재를 시도하기에도 장벽이 높았다. 나중에 농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서 확인한 결과, XX경매장은 동물판매업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무허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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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로 운영되는 경매장이 전국적으로 몇 곳이나 되는지 알려주는 통계는 없다. 알 수 없는 숫자의 무허가 경매장 가운데는 ‘육견용 경매장’도 포함되어 있다. 이 ‘무법지대’는 얼마나 많은 개를 집어삼키고 있을까. 우리가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합법적’ 경매장 18곳에서 매주 5천여 마리의 강아지들이 흥정에 오른다는 사실, 그리고 흥정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한 강아지들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펫숍에 팔린다면 도시의 가정에서 살아갈 것이다. 재래시장으로 밀려난다면 반려인을 만날 가능성은 작아진다. 모견 또는 종견으로 팔려간다면 평생을 철장에 갇혀 지내다 폐견 취급을 받을 것이다. 폐견의 일부는 거리와 야산에 버려질 것이고, 어쩌면 일부는 육견으로 팔려나갈 것이다.

사랑받거나, 버려지거나, 먹히거나. 강아지의 운명은 그렇게 반려견 산업에 의해 결정된다.

김지숙 신소윤 기자 suoop@hani.co.kr

#3회 ‘펫숍, 또다른 시련의 시작’ 편에서는 경매장을 거쳐 펫숍으로 간 반려견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반려견 산업에 갇힌 동물을 구하려는 텀블벅 펀딩을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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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장, 경매장, 펫숍은 한국 반려동물 산업의 ‘블랙 트라이앵글’입니다.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애니멀피플>이 그 현장을 직접 취재했습니다. 한 달 동안 사전 취재와 자료 조사를 벌였고, 두 달 동안 전국의 강아지 번식장 4곳, 반려동물 경매장 6곳, 펫숍 2곳 등을 잠입 취재했습니다.

반려견 산업은 외부자의 접근을 철저히 막고 있습니다. 강아지 번식장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은 경기도의 한 상가를 임대해 관청으로부터 동물판매업 허가를 받았습니다. 엄격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반려동물 경매장에 접근하기 위해 펫숍 사업자로도 등록했습니다. 펫숍에서 보름간 ‘알바’로 일하며 개가 물건처럼 사고 팔리는 현장도 기록했습니다.

돈의 논리로 굴러가는 한국 반려견 산업의 실체를 이제 영상과 글로 보여드립니다. 물건처럼, 때로 물건보다 못한 존재로 거래되는 생명을 구출하기 위한 텀블벅 펀딩도 준비했습니다. 동물의 친구, <애니멀피플> 친구들의 참여와 도움을 기다립니다.

1회 컨베이어벨트로 ‘강아지 경매’…생명이 15초만에 ‘상품’ 판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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