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에 신간 광고했더니 "제정신이냐… 안일하다" 비난
한·일 갈등 속에 출판사들도 일본 책 출간을 미루는 가운데, 22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일본 소설 서가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태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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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한·일 관계 영향이 출판계로 미치고 있다. 일본 책 불매 운동까지 시작된 건 아니지만 출판사들이 알아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일본 책 판매량이 떨어진 건 아니지만 인터넷 여론이 심상치 않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산책 출판사는 표지 작업까지 끝낸 일본 평론가 쓰노 가이타로의 '독서와 일본인' 출간을 무기한 미뤘다. 정은숙 대표는 "이 책 외에도 일본 요리 에세이, 일본 영화감독이 쓴 산문 등 세 권의 출간 작업을 멈췄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최근 일본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와 산문집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를 냈을 때도 서점 관계자로부터 '료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이라 진열하기 어렵겠다는 얘길 들었고, 사노 요코 등 우리 출판사에서 낸 일본 작가 책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더니 '안일한 거 아니냐'는 댓글이 달렸다"면서 "독자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은행나무 출판사는 7월 말에 내려던 구보 미스미 장편소설 '가만히 손을 보다' 출간을 무기한 연기했다. 100만부 팔린 오쿠다 히데오 소설 '공중그네'의 표지 재단장 작업도 연기한 상태다.
도서 마케팅 업체들도 불똥이 튈까 조심하는 모양새다. 메디치 출판사는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도서 마케팅 채널 '책끝을 접다'에 야마구치 슈의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홍보를 의뢰했다가 "당분간은 일본 책 홍보를 안 하기로 했다"는 답을 들었다. 일본 관련 행사들도 개최가 불투명하다. 김영사는 8월 말 예정이던 소설가 마쓰이에 마사시 방한 행사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민간 교류는 평정심을 갖고 냉정하게 이뤄져야 정치권에서도 각성할 것"이라면서 "정치적인 문제가 문화 전반으로 지나치게 확산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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