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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필동정담] `언택트`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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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요즘 서울시내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대부분 키오스크(kiosk)가 설치돼 있다.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 방식을 통해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하는 무인단말기다. 모바일과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아니라면 처음 이용할 때 과정이 번거로워 곤혹스러울 수 있다. 키오스크 화면에서 단계별로 세트와 단품 중 무엇을 선택할지, 버거 크기를 어떻게 할지, 치즈와 양상추를 넣을지 말지, 음료를 바꿀지, 매장에서 먹을지 아니면 포장할지 등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자기 뒤에 다른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으면 눈치를 보게 되고 마음이 급해져 더 헤매게 된다.

이처럼 점원과 접촉하지 않고 비대면 거래를 하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언택트는 부정을 뜻하는 '언(un)'과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의 합성어로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빅데이터·증강현실(AR)·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과 상품 마케팅이 접목되면서 대학가에선 신속성과 효율성이 핵심인 언택트 문화가 이미 대세다. 커피전문점, 영화관, 편의점 무인계산대를 비롯해 무인매장, 온라인 배송, 비대면계좌 개설 등 일상에서도 점차 증가 추세다. 언택트 소비는 간편 주문과 결제로 시간을 아끼고, 직원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이다. 물건을 살 마음이 없는데 직원 권유로 사야 하는 불편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기업들도 인건비가 줄어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에서 지적한 대로, 대가가 따르지 않는 행복이란 없다. 그만큼 부작용이 적지 않다. 우선 소통 단절로 서로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서비스 일자리 감소도 문제다.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지난 11일 무인화 시대에 대비해 8000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직원의 3분의 1(10만명)을 재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에 취약한 노년층이 더 소외되고 해킹에 따른 정보 유출도 배제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무인서비스에 대한 만족 여부다. 제품 교환 불가, 위생 불량, 안전 소홀 등으로 고객 불만이 커지면 점원들의 친절한 응대를 다시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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