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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기고] 위기의 건설근로자를 살릴 2가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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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청장년층이 외면하면서 고령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이주노동자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건설노동시장은 위태위태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해결의 실마리는 '건설기능인등급제'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기반으로 한 등급제로 근로 경력, 자격, 교육 훈련, 포상 등을 종합해 숙련 등급을 구분·관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는 제도다. 전문직업인이 된다는 것은 경력이 누적되면서 임금이 상승되거나 직위가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건설근로자는 2018년 기준 전체 취업자 중 7.6%를 차지하는 203만명으로 단일 업종으로는 가장 많은 근로자가 일하는 대표적인 일자리 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식적인 경력 기준도, 그에 따른 임금 범위도 정해지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직업 전망의 불투명으로 청년층이 기피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는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경력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건설기능인등급제를 도입하기 위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심의와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건설근로자도 전문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력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된다. 명확한 직업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청년층의 진입과 숙련 인력의 육성을 촉진해 고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제도 활성화다.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시기는 1998년이다.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였다. 연이은 참사를 겪은 후 정부는 다각도로 근본 원인을 분석했다. 여러 원인 중 주목했던 것은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근로자의 고용 불안에 따른 사기 저하와 노후 대책 문제였다. 1996년에 한국노동연구원이 건설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불만 사항 중 1순위는 고용 불안이고, 2순위가 노후 불안이다.

당시 근로자의 노후를 돌보는 제도는 퇴직금과 국민연금이었다. 통상 퇴직금을 받으려면 한곳에서 1년 넘게 근속해야 했고,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피보험자로서 관리돼야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인 건설근로자는 이동이 빈번해 동일 현장에서 1년 넘게 일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피보험자 관리에서도 누락됐다.

정부는 이동이 잦다는 특성이 있는 건설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초기업 단위에서 여러 현장의 근로일수를 모아 252일 이상이 적립되면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1996년에 퇴직공제제도 도입·시행을 위한 근거 법령인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정부는 피공제자와 공제부금을 관리하고, 60세에 이르거나 건설업을 떠나는 경우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는 업무를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담당하도록 했다. 이로써 정규직 근로자나 받을 수 있었던 퇴직금을 이동이 잦은 건설근로자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탄생했다.

건설근로자의 열악한 고용 환경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 시행은 미뤄져왔다. 이로 인해 숙련 인력의 대(代)가 끊기는 위기까지 걱정하게 되는 상황이 됐다. 이제는 범정부·국회 차원의 대승적인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입법화를 통해 건설근로자에게 희망을 줘야한다. 건설기능인등급제로 직업 비전을 제시하고, 퇴직공제제도로 안정성을 보장해주면 지금과 같은 고용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송인회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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