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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갑질’에 대한 직장인의 감수성이 하위 등급인 D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당하거나 본인이 하고 있는데도 잘못된 것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 직장인 대부분이 오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갑질 감수성 지수’를 조사한 결과, 평균 68.4점이 나왔다고 8일 밝혔다. 이는 등급으로 따지면 D등급(4등급)에 해당하는 낮은 점수라고 직장갑질119는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총 30개 문항에 관해 묻고, 동의하는 정도에 따라 1~5점으로 답하게 했다. 예를 들어 ‘몸이 아프면 병가나 연차를 쓰는 게 당연하다’는 질문에 매우 동의하면 5점을, 전혀 동의하지 않으면 1점을 주는 식이다.
그 결과 ‘갑자기 일을 그만둬버린 직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항목은 감수성 점수가 43.7점에 불과했다. 즉 많은 사람이 개인 사정으로 갑자기 일을 그만둬버린 직원에게 책임을 따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어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항목으로는 ‘능력 부족 권고사직’, ‘시간 외 근무’, ‘부당한 지시’, ‘채용공고 과장’, ‘불시 퇴사에 대한 책임’ 등이었다. 특히 70점 이하, 즉 D등급에 해당하는 항목으로는 ‘휴일⋅명절 근무’, ‘법정휴가 사용의 자율성’, ‘휴일 체육대회⋅MT’, ‘회식⋅음주’ 등이 포함됐다. 직장생활의 이런 부분들과 관련해선 상대적으로 갑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회사가 어려워도 임금은 줘야 한다’는 질문은 84.6점으로 감수성 점수가 가장 높았다. 또 ‘폭언’, ‘모욕’, ‘근로계약서’, ‘연차’ 등의 문항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조현민⋅양진호 사건 등 대형 갑질 사건이 터진것과 더불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아진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직장인들은 괴롭힘을 당했을 때 ‘참거나 모른 척했다’는 응답이 65%로 가장 많았다.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16.6%에 지나지 않았다. 참거나 모른 척했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이유를 물어보니,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가 절반 이상(66.4%)였으며,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29%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오는 16일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관련한 조사도 실시했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33.4%만이 해당 법의 시행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나머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 법과 관련해 직장에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21.1%에 그쳤으며, 취업 규칙이 개정됐다는 응답은 12.2%뿐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설문조사 결과 대한민국 직장이 갑질에 매우 둔감한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처벌조항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영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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