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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수돗물 유충 사태

[문득 궁금] 문래동 ‘붉은 수돗물’ 부른 노후 수도관, 서울에만 138㎞…어디 어디 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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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녹슬지 않는 수도관 교체 비율 98.7%
교체 안 된 138㎞(1.3%)서 ‘붉은 수돗물’ 발생
노후관 ‘영등포>강남>중구’ 순으로 많이 남아
단순히 30년 내구연한 넘은 상수도관은 1768㎞
합리적으로 노후관 진단·관리할 매뉴얼 마련돼야

‘인천 붉은 수돗물(적수·赤水) 사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난달 19일 서울 문래동 일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생겨 논란이 일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치욕적인 일"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긴급추가경정예산 727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연내에 서울에 남아있는 노후 상수도관 138㎞를 전면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문래동 일대 ‘붉은 수돗물’ 현상의 원인이 노후화된 상수도관과 배수관 끝부분에 쌓인 퇴적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에 나온 ‘긴급조치’다. 1000여 가구의 물길이 되는 문래동 4가 지역의 상수도관은 지난 1973년에 묻힌 것으로, 46년이 지난 ‘노후관’이었다.

하지만 서울 시민 사이에선 여전히 138㎞나 남아 있다는데 어느 지역에 노후 상수도관이 남아 있는지, 노후상수도관만 교체하면 ‘안전한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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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수돗물 식수 사용 중단’ 권고가 내려진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한 어르신이 급수차를 이용해 손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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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후 상수도관, 영등포구>강남구> 중구 順
서울시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상수도관 길이 총 1만 3571㎞ 중 98.7%(1만 3396㎞)를 녹이 슬지 않는 반영구관으로 교체해 현재 낡은 수도관은 138㎞ 정도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문래동 수돗물 사태의 원인이 노후관으로 지목되면서 노후관 138㎞가 남아 있는 다른 지역에서도 언제든 ‘제2, 제3의 붉은 수돗물 대란’이 연이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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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노후관은 자치구별로 얼마나 남아 있을까. 구별로 살펴보면 문래동이 있는 영등포구의 노후관이 13.9㎞로 가장 길다. 이어 △강남구(11.9㎞) △중구(11.1㎞) △동대문구(10.9㎞) △성북구(10.1㎞) 순이었다. 노후관이 가장 덜 매설된 곳은 강서구로 0.5㎞였다. △용산구(1.5㎞) △중랑구(1.6)㎞ △양천구(1.6㎞)도 비교적 짧은 길이의 노후관이 매설돼 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은 현재 2~10㎞ 규모의 노후관이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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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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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8개 상수도사업소 권역별로 보면 종로·용산·성북·중구를 관할하는 중부사업소에 남은 노후관 길이가 27.2㎞로 가장 길었다. 23.6㎞가 남은 남부사업소(영등포·동작·금천·관악구)가 뒤를 이었다. 이어 △동부사업소(광진·성동·동대문·중랑구) 20.3㎞ △강남사업소(서초·강남구) 17.8㎞ △강동사업소(송파·강동구) 15.1㎞ △북부사업소(강북·도봉·노원구) 13.3㎞ △강서사업소(양천·구로·강서구) 11㎞를 각각 기록했다. 서부사업소(서대문·마포·은평구)에 매설된 노후관 길이가 9.7㎞로 가장 짧았다.

서울시는 당초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100% 노후관을 교체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긴급추경예산을 투입해 이들을 연내 조기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노후 상수도관 교체하면 안전할까?…"교체 능사 아닌 진단·관리가 중요"
하지만 서울시 계획대로 노후 상수도관을 연내에 모두 교체한다고 해서 수돗물이 안전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방공기업법에 따르면 통상 수도관의 내구 연한은 30년인데, 이 기간을 넘은 수도관을 ‘경년관(頃年管)’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단순히 ‘오래됐다’는 기준으로 노후관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주요 판단 기준은 ‘내식성(耐蝕性·녹이 슬지 않는 성질) 관’으로 교체했는지다. 경년관 중에 내식성 관으로 교체되지 않았거나, 누수가 잦는 등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면 노후관으로 정의한다. 비(非)내식성관으로는 과거에 자주 썼던 회주철관이나 아연도강관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부식이 잘 되기 때문에 비교적 누수(漏水)와 적수(赤水) 발생 빈도가 높다. 서울시는 이런 관들을 녹에 강한 덕타일 주철(ductile cast iron) 관이나 스테인리스 강관 등 내식성관으로 바꾸는 작업을 1984년부터 시행해왔다. 현재 서울시 기준에 따르면 스테인리스 강관은 30년이 지나도 노후관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따라서 내구 연한을 넘긴 경년관 자체는 노후관보다 훨씬 많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30년이 넘은 상수도관은 약 1768㎞에 달한다. 31~40년이 된 상수도관은 1639㎞로 12%를 차지했고, 41년이 넘은 곳은 129㎞로 0.9%를 차지했다. 일례로 1971년 성동구에 매설된 1.6㎞ 길이의 송배수관은 올해로 49년째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문제다. 30년이 넘은 상수도관은 전국에 2만 3000여㎞에 달한다. 전체 상수도관의 11%를 차지한다. 1970~80년대 상수도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 기반 시설들이 전국 곳곳에 빠르게 건설됐기 때문에 내구 연한인 30년을 넘긴 상수도관이 속속 나오고 있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녹이 아예 슬지 않는 관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며 "일례로 대표적 비내식성관인 스테인리스관의 경우에도 용접된 부분에서는 비교적 녹이 슬기 쉬운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비내식성관이라는 재질만 수도관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사용연한, 매설된 위치 등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며 "정확한 진단과 유지·관리가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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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식된 노후관로 내부 모습.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서울시는 올해 초부터 새로운 노후관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자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내구연한이 넘는 수도관이라고 하더라도 작은 조치만을 통해서도 장기간 쓸 수 있는지, 반대로 내구연한을 넘기지 않았더라도 상태가 좋지 않아 교체를 해야 하는 수도관인지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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