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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한국기업, 反화웨이 전선 동참 요구 안 받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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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총수 앞에서 ‘화웨이’ 언급 없었던 트럼프
美·中 사이서 ‘아슬아슬 줄타기’ 해온 한국 기업들
전문가 "트럼프 이번 결정 ‘최종’ 아냐...여전히 신중要"

미국은 그간 한국 기업에 ‘중국 통신업체인 화웨이에 납품하지도 화웨이 물건을 사용하지도 말라’고 해왔다. 중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이 자신들이 주도하는 ‘반(反) 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30일(현지시각)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공급업체들은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에 발이 묶이지 않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WSJ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방한(訪韓) 일정 중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과 간담회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미(對美) 투자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면서도 화웨이에 대한 언급은 분명하게 하지 않았다"며 이 같이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이튿날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로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당초 재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기업인을 모아 놓고, 중국 화웨이 압박 동참을 요청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려 기업 총수들에게 ‘투자 구애(求愛)’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기업을 이끄는 여러분은 정말 천재 사업가"라고 띄우면서 "미국에 투자하기에 지금보다 더 적절한 기회는 없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달라"고 했다. 지난 5월 미 루이지애나에 3조 6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100만t의 에틸렌 공장을 완공한 롯데 신동빈 회장에 대해선 "너무너무 훌륭한 일을 많이 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 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 류진 풍산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트럼프 대통령,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 허영인 SPC 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정의선 현대차수석 부회장.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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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에 앞서 열린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화웨이 문제를 풀어냈었다. 회담 이후 미국은 3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보복 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중국과 무역협상을 재개한다는 데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폐막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 화웨이가 미국 부품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며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를 약속하면서 "중국이 (농산품 등) 미국산 수입을 증대해줄 것을 바란다"고 했다.

WSJ는 화웨이 문제 등 한국이 미·중 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 왔다고 분석했다. "한국에게 중국은 수출의 1/4을 의존하는 최대 교역 상대국이며, 미국은 경제와 안보 문제에 있어 오랜 동맹국"이라며 "한국은 장기화하는 미·중 무역 분쟁에서 두 나라 모두로부터 ‘내 편을 들라’는 압력에 직면했었다"고 했다.

WSJ는 특히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이 신중히 처신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매체는 "(반화웨이 전선 동참 요구를 받지 않더라도) 화웨이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결정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기업 고위 관계자는 "아직 미·중 무역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미·중 양쪽 어느 한 편을 들 수 없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이 문제(화웨이 제재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조심히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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