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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탈락, 탈락… 대통령 공약대로 '자사고 죽이기'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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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재지정 취소]

전북교육청은 상산고, 경기교육청은 안산동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

상산고, 학교만족도 만점인데… 불리한 항목 배점 높아지며 불이익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첫 발표 대상인 전주 상산고와 안산동산고가 재지정 기준점을 넘지 못해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는다고 전북·경기도교육청이 20일 발표했다.

그동안 좌파 교육감들과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는 고등학교를 서열화하고 일반고를 황폐화시킨다"며 폐지를 추진해왔는데, 그 첫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북·경기교육청의 두 자사고에 대한 지정 취소에 교육부가 동의할 경우, 두 학교는 일반고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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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2개 자사고 학부모도 집회 -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앞에서 서울 지역 22개 자사고 학부모들이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불공정하다며 항의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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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상산고와 안산동산고 지정 취소가 발표되자마자 "좌파 교육감들이 한국 교육의 미래가 아니라 표를 의식해 멀쩡한 학교를 없애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평등·공정을 외치는 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를 위해 불공정한 짜맞추기식 평가를 했다"는 지적이 터져 나온 것이다.

◇자사고에 불리한 지표 확대

올해 전국 자사고 42곳 중 24곳은 자사고로 계속 운영할지를 결정하는 평가를 시도교육청들로부터 받고 있다. 교육감들은 5년마다 자사고를 평가해 기준 점수에 미달된 학교는 지정 취소할 권한이 있다.

문제는 올해부터 평가 방법이 교육부·교육청 입맛에 따라 대폭 바뀐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청에 일종의 '평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기준 점수를 기존 '100점 만점에 60점'에서 '70점'으로 높였다. 이에 따라 시도별로 기준 점수를 70점으로 높였다. 그런데 '강경 자사고 폐지론자'인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혼자서 80점으로 기준 점수를 더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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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교육부와 교육청들은 올해부터 자사고에 유리한 항목 배점은 줄이고, 불리한 항목은 키웠다. 예컨대 학부모·학생·교사 만족도 만점은 5년 전 12점에서 올해 8점으로 줄이고, 교육청이 자의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감사 지적 사항' 감점은 5점에서 12점으로 늘렸다. 그 결과 상산고와 안산동산고는 교육청의 기준을 넘지 못했다. 상산고의 경우 전체 31개 지표 중 만족도를 포함해 대다수 항목에서 만점 또는 만점 가까운 점수를 받았는데도 결과는 '탈락'이었다.

이날 상산고 학부모 250여명은 전북교육청의 평가에 항의하며 검정 옷을 입고 교육청 정문 앞에서 시위를 했다. 학부모들은 "다른 지역에선 70점만 받아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데 상산고는 79점을 넘었는데도 폐지하려 한다"며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기준은 엉터리"라고 항의했다. 학부모들은 또 "진보 교육감들은 자기 자녀는 자사고·특목고 보내면서 왜 남의 자식 앞길은 가로막느냐"고 "내로남불"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자사고를 없애려면 법을 고쳐 정당하게 추진해야지, 자의적 평가로 학교를 없애면 누가 받아들이겠느냐"고 했다.

◇"포퓰리즘으로 교육정책 결정"

그동안 현 정부 인사들과 좌파 교육감들은 자사고를 '귀족학교' '고교 입시의 주범'이라고 비판해 왔다. '평등주의 교육'을 주창하는 이들은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사고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내세웠고, 친(親)전교조 좌파 교육감들이 핵심 정책 과제로 추진하는 것이다.

현 정부 지지층뿐 아니라 많은 일반 국민이 자사고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이들이 자사고 폐지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 조사 결과 자사고·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데 찬성하는 비율이 47.2%로 반대(15.2%)보다 크게 높았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과반이 자사고 폐지에 찬성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를 빼면 대다수 학부모는 자사고나 외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다"면서 "좌파 교육감과 정부는 그런 여론을 읽고 포퓰리즘 정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가의 교육정책을 이념 성향이나 여론에 따라 밀어붙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는 "정부는 미래 교육 환경에 대비해 일반 교육과 다양한 수월성 교육이 조화되는 시스템을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그런 고민을 전혀 안 하고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전북·경기교육청은 학교 측 소명을 듣는 청문을 연 뒤 교육부에 지정 취소에 대한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과 학부모 혼란을 막기 위해 7월 안으로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전남교육청은 광양제철고에 대한 자사고 재지정을 확정했다. 올해 평가 대상인 나머지 21개 자사고에 대한 결과도 속속 발표된다. 강원교육청(민족사관고)은 7월 초, 서울교육청은 7월 중순 발표한다. 내년엔 용인외대부고 등 16개 자사고가 평가를 받는다.



[안산=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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