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신남식의 반려동물 세상보기(28)
매년 2천 명이 넘는 사람이 개에 물려 병원을 찾는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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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천 명 이상이 개에 물려 병원을 방문하는 국내의 상황에서 개가 사람을 물어 크게 다치거나 생명을 잃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맹견(猛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맹견의 정의와 품종이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맹견소유자에 대한 교육도 의무화하고 있지만 효율적이지 못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동물보호법에서는 맹견을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개로 정의하고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서는 5개 품종을 맹견으로 지정하고 있다. 맹견으로 지정된 품종은 중·대형종으로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종과 이들의 교잡종 개들이다.
맹견으로 지정된 개는 외출할 때 반드시 목줄과 입마개를 해야 하고 그 소유자는 매년 3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게 되어 있다. 맹견으로 분류된 개들은 대부분 오래전 투견의 용도로 육종되어 공격성을 강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들이 흥분하여 사람을 공격할 경우 어린이와 노인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맹견들의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많다. [연합뉴스] |
맹견으로 분류되지 않은 많은 품종에서도 공격성을 나타낼 여지는 많다. 일부 소형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종은 많은 운동량과 활동성이 요구되므로 이러한 욕구를 제대로 채워주지 못할 경우에는 엉뚱한 곳으로 그 에너지를 분출하여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최근에 발생한 사건들을 보면 활동성이 강한 품종의 개를 장기간 좁은 공간에 가두어 놓거나 목줄로 묶어 놓아 활동이 억제되어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태에서 일어난 것이 많다.
그래서 동물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켜주려는 보호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동물보호법 제3조에 명시된 동물 보호의 기본원칙은 영국의 농장동물복지위원회 규정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동물복지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 내용은 5가지로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 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동물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아니하도록 할 것, 동물이 고통·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할 것,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하도록 할 것’을 근간으로 한다.
이러한 기본원칙은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위해 반드시 챙겨주어야 한다. 반려동물이 자유롭지 못하고 불편함과 고통을 느낀다면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스트레스에 시달려 이상행동으로 표출되기 쉽다.
개는 품종에 따라 습성이나 기질이 다르고 성장환경에 따라 성품이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사진 pixab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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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행동은 쉽게 공격성으로 이어져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보호자가 무심코 좁은 공간에 가두거나 목줄로 묶어 놓고 기르는 것이 반려동물에게는 본래의 습성에서 벗어나게 하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없어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목줄(leash)’에 대하여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도 일부 소유자들이 개를 습관적으로 목줄에 묶어놓고 기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방법이다. 목줄은 가두는 도구가 아니라 외출이나 교육 시 안전을 확보하고 반려견의 마음을 읽으라는 끈이 되는 것이다.
미국의 응용동물 행동학자인 패트리샤 맥코넬(Patricia McConnell)은 그의 저서 ‘The Other End of The Leash(한국어 번역: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에서 ‘목줄은 통제 도구가 아니라 상대방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고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연결고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개는 품종에 따라 습성이나 기질이 다르고 같은 품종이라도 성장환경에 따라 성품이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맹견으로 지정된 품종이라 해서 반드시 공격성이 강하게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품성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개는 어릴 때부터 적절한 사회화 교육과 품종 특성에 맞는 환경조성 등 보호자의 노력에 따라 좋은 품성의 반려견이 될 수 있다.
한편 공격성 있는 개의 관리와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소수의 품종만 맹견으로 지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반려견에 맹견이라는 용어도 어울리지 않는다. ‘모든 개는 다르나 물 수 있다’라는 것은 전제로 하여 법적 조치와 관리방향을 정하는 것이 옳은 길로 보인다. 모든 개는 순간적으로 호기심이 발동하거나 자극 때문에 흥분상태가 되면 돌발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남식 서울대 명예교수·(주)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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