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를 일컫는 수식어다. 2019년 기준 만 24세 이하인 이들은 아직 학생이 대부분이거나 이제 갓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이다. 이들은 선배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와 닮은 듯 다르다. 스마트폰을 쥐고 자란 세대로서 디지털 문화에 훨씬 익숙해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인류)’라고 지칭했다. 반면 오프라인에서의 대면 인간관계는 어색해하고 개인주의도 극심하다. 나이 차가 꽤 있고 구면이더라도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서로 말을 놓지 않을 정도다.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신인류의 등장에 기성세대는 ‘멘붕’에 빠졌다. Z세대는 어떤 특징을 지녔고, 이들과는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일까.
소유보다 경험 중시 ‘내가 세상의 중심’
SNS 화려하지만 호황 못 누려봐 우울
# 대기업 부장 김승덕 씨(가명·45)는 최근 입사한 20대 신입사원들을 상대하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다. 업무 지시를 하면 그 자리에서 거침없이 반론을 제기하고 기분이 상하면 표정이나 태도에 그대로 드러난다. 야근과 회식,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못 견디겠다며 입사 일주일 만에 사표를 낸 경우도 있다. 회의 중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봐서 책문하면 “회의 내용을 검색하고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김 씨는 “젊은 직원들과 얘기하다 보면 내가 어느새 ‘꼰대’가 돼 있을 때가 많다.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의 막내 정도로 생각했는데 겪어보니 또 다르더라. 조직문화와 동떨어진 그들의 언행이 당황스럽다가도 일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어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밀레니얼 세대와 달리 한번도 호황기를 누려보지 못한 Z세대는 실용적이면서도 때로는 우울한 성향을 보인다. 사진은 대학생들의 뒷모습. <사진 :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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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Z세대 쇼크’를 겪고 있다.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이 선배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와 비슷한 듯 또 달라 연구 대상이다. 뛰어난 정보처리 능력과 글로벌 감각으로 무장한 Z세대가 속속 사회로 진출하며 국내외 경제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견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대동소이해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차이는 밀레니얼 세대와 X세대의 차이만큼이나 크다고 말한다.
‘에코세대’ ‘Y세대’라고도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다. 전후의 혼란과 가난, 그리고 고도 경제성장을 경험한 베이비붐 세대의 가치관이 성장 과정에서 부분적으로나마 투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Z세대는 X세대의 자녀 세대다. 개인주의, 다양성 추구, 일과 삶의 균형 중시 등 부모 세대의 자유로운 가치관을 물려받았다. 집단보다 개인, 소유보다 공유, 상품보다 경험, SNS를 통한 비대면 수평적 인간관계 등 밀레니얼 세대와 지향점은 비슷하지만 그 농도는 Z세대가 훨씬 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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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으로는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경제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Z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와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한번도 호황기를 누려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춘기 무렵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고, 기저효과로 인한 2010년 6.5% 성장 외에는 연 4% 이상 경제성장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미국의 세대 연구 전문가 진 트웬지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 교수는 “세계적 경제 호황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밀레니얼 세대가 자기 확신이 강한 이상주의자에 가깝다면 불황기만을 경험한 Z세대는 보다 실용적이고 때로는 우울하기까지 한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험을 중시하는 Z세대의 특징은 집과 자동차 소유를 고집하지 않고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것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매경이코노미가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세대 간 인식 차이를 조사한 결과, Z세대 둘 중 한 명은 20세가 되기 전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가 해외여행을 처음 한 나이로 20~25세(36%), 26~30세(29%)를 꼽은 것과 대조된다.
반면 ‘내 집과 자동차는 꼭 있어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Z세대 3명 중 1명(37%) 정도만 그렇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X세대(53%), 베이비붐 세대(49%), 밀레니얼 세대(42%)가 그렇다고 답한 것보다 훨씬 적다. 부동산과 자동차가 더 이상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대신 Z세대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많이 이용하는 SNS 세대로 나타났다. Z세대 5명 중 3명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아프리카TV 등에서 구독하고 이름(닉네임)을 기억하며 즐겨찾는 크리에이터가 5명 이상이었다. 크리에이터 10명 이상을 기억하고 즐겨찾는다고 응답한 Z세대도 4명 중 1명이다.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 대부분이 즐겨찾는 크리에이터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1~2명에 그쳤던 것과 대조된다.
이처럼 신개념으로 무장한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기업들은 Z세대 눈높이 맞추기에 나섰다.
Z세대가 즐겨 쓰는 SNS ‘스냅’과 ‘틱톡’을 통해 상품 광고나 구인 공고를 내는가 하면, 격식을 갖춘 공식 코멘트 대신 B급 감성의 소탈한 ‘드립(재치 있는 말)’으로 응수한다.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선보인 세제 ‘피지’ 광고 영상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가 화제가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영상 속 광고 제작자는 ‘불토(불타는 토요일)에 나를 건드리면 아주 X되는 거야’ 등 비속어를 쓰며 회사를 지탄했지만 영상 말미에 ‘엄청난 세척력’ ‘피지는 빨래세제의 혁명’ 등 홍보 멘트를 넣는 ‘반전’으로 Z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10대가 즐겨 쓰는 ‘야민정음’ ‘초성체’로 제품명을 지어 대박을 터뜨린 사례도 흔하다. 팔도비빔면 35주년 한정판 ‘괄도네넴띤’, 편의점 CU에서 파는 조각 초코 케이크 ‘ㅇㄱㄹㅇ ㅂㅂㅂㄱ’ 등이 대표 사례다.
전문가들은 Z세대가 당장 소비시장의 ‘큰손’은 아니어도 ‘큰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직 10~20대 초중반이어서 구매력은 낮지만 SNS 활동이 활발하고 호불호를 적극 표현해 온라인상의 여론을 주도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소득은 적지만 소비성향이 높은 점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Z세대는 ‘욜로(Yolo·한 번뿐인 인생)’나 ‘소확행’으로 대표되는 현재 가치 중심적 의사결정을 선호한다. 미래의 불확실성보다는 지금의 확실한 삶에 집중하는 것이다. Z세대를 상대해야 하는 기업들은 이런 Z세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구상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노승욱(팀장)·정다운·나건웅·김기진 기자, 박영선·양유정 인턴기자 / 그래픽 : 신기철]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2호 (2019.06.12~2019.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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