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 막겠다 했지만 원인분석은 결국 ‘관계’로
“부모 소통 적고 혼자 지낼 때 게임 과몰입 잦아”
사행성 촉발요인 등 게임산업 과제는 언급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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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가 ‘게임에 대한 과몰입’을 치료하겠다며 만든 상담센터가 가족·친구 등 관계문제를 게임 과몰입 원인으로 지목했다. 게임 자체의 사행성은 논의에서 빠졌다.
게임업계가 만든 게임문화재단은 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게임 과몰입 힐링센터 5주년 기념 심포지움’를 열고 이렇게 주장했다. 힐링센터는 지난 2014년 게임업계의 사회적 기구인 게임문화재단에서 중독 치료 목적으로 설립한 상담센터다. 게임 관련 강력사건이 잇달아 터지며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게임업계가 내 놓은 자구책인데, 게임문화재단 산하기관이어서 독립적 연구가 어렵다는 우려가 있었다.
발제자로 나선 김경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겸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게임 과몰입은 부모의 지나친 통제와 간섭, 과도한 기대, 교사와 악화된 관계 등 관계적 문제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며 “가족 관계와 학교 성적, 대인관계가 호전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유독 관계성을 인과관계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물질적인 것에 돈을 쓰기 꺼려하는 본능, 눈에 보이는 것을 위험요소로 느끼는 점도 게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원인”이라고 했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내담자 다수가 게임 과몰입 외에 다른 질환을 갖고 있거나 무직 상태였다”며 “공존 질환이 호전되고 가족 관계, 학교 성적, 구직 여건이 나아지면 호전될 것”이라고 했다. 한 교수가 수집한 상담센터 내담자 정보를 보면 게임과몰입힐링센터는 5년 간 1만7천건을 상담하고 6천건을 진료했다. 내담자 98%는 남자였으며 연령별로는 20대(52%)와 10대(41%)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내담자의 88.5%는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으며 68.2%는 학교 환경에, 63.3%는 가족 환경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내담자의 행동이 게임과 관련이 없다고 판정 받은 경우는 1.1%였다.
패널들은 부모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도영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부모가 게임에 대해 갖는 부정적 인식을 4개 유형으로 나누고 게임 체험 프로그램 참여·부모자녀의사소통훈련·긍정적 게임 추천 등을 전략으로 제시했다. 학생들을 상담한 김태호 건국대 충주병원 교수와 김남욱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과장도 “학생들이 게임 문제로 내원하지만 상담하다 보면 부모·교우관계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며 “조손가정이거나 인프라가 적은 지방이라서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을 때 학생들이 게임에 몰입하곤 한다”고 했다.
반면 내담자들이 구체적으로 게임의 어떤 요소 때문에 과몰입됐는지, 게임산업계가 사행성을 줄이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는 논의되지 않았다. 최근 게임·컴퓨터공학·정신의학계 일부 학자들이 게임 종류와 1회당 이용시간, 복잡성, 승패 횟수, 보상 제도 등에 따라 과몰입 정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지만 이날 논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같은 날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연 토론회도 상황은 비슷했다.
게임 과몰입자를 상담해 온 이형초 미디어중독연구소장은 “게임회사가 자꾸 가정 문제, 개인 문제로 몰고 가며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데 명백한 사실은 청소년들의 자기조절력이 부족하고 게임업계가 흥행을 위해 몰두요소를 쓴다는 점”이라며 “안전장치는 하나도 만들지 않고 산업적 이익만 추구하려 들면 국민들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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