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10 (금)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화웨이발 美中 패권전쟁 일파만파-삼성·LG·SK 비상경영…제2사드 우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의 일환으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에 대한 거래 제한에 나서면서 국내 재계에도 관련 파장이 일파만파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당장 주요 IT 기업들은 ‘화훼이 절연’을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에서는 ‘제2의 사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 5월 30일 화웨이는 서울 중구에 자사 첫 5G 오픈랩을 개소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는 대(對)미관계 악화를 우려해 국내 이동통신 3사 임원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도 불참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국내에도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마당에 오픈랩을 통해 화웨이와 협력할 경우 불이익이 있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국내 IT 기업들은 화웨이와 ‘절연’에 대비한 비상 시나리오 검토에 착수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 등 국내 IT 대기업들은 화웨이 사태와 관련, 경영실적 영향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경이코노미

국내 주요 대기업 중 화웨이와 거래관계가 가장 많이 얽혀 있는 곳은 역시 삼성전자다. 삼성과 화웨이는 서버용·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시장 등에서 고객과 경쟁자로 얽혀 있다. 삼성전자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화웨이, 버라이즌 등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의 최대 승자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라는 분석을 내놓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로 타깃 고객층이 달라 삼성으로서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분위기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 기업으로는 LG유플러스가 꼽힌다. LG유플러스는 국내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측은 “5G 기지국 장비 물량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망 구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망 추가 구축과 유지 보수 등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SK하이닉스도 최근 중국과 거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읽힌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매출(6조7700억원) 가운데 중국이 절반 가까운 47%(3조1600억원)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우시(無錫)와 충칭(重慶)에 현지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고 현지 자회사만 13개에 달한다.

증권가는 화웨이 사태가 ‘제2사드’로 확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우리 경제가 입은 피해액은 16조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소재부품 수출액 120조원의 13%에 불과하다. 이에 비춰보면 중국이 이 분야에 직접 보복을 시작할 경우 국내 IT 산업이 받는 타격은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런 우려 탓에 LG유플러스는 최근 주가가 10%가량 떨어졌고 대중관계 악화 우려에 면세점, 화장품, 패션, 식품 등 중국 소비주 주가는 급락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미중 분쟁은 글로벌 테크, 금융, 안보 전역에 새로운 생태계 조성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해야 한다. 특히 IT 분야는 5G 인프라 구축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 양국을 둘러싼 신냉전 시대는 총성 없는 기술 → 금융 → 패권전쟁으로 전개될 수 있다. 국내 업체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에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1호 (2019.06.05~2019.06.1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