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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5년간 27조원 사간 큰 손…화웨이 사태 ‘강 건너 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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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한국 부품 비중 높아 거래 제한 동참 여부에 민감

삼성·SK 등 국내 반도체 매출, 화웨이 의존도 동반 상승

미국 ‘화웨이 죽이기’는 5G 특허 보유 1위 견제 목적 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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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지난 5년간 한국에서 부품을 조달한 규모가 2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거래 제한 조치에 한국 기업이 동참할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한국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웨이는 지난해 한국 기업에서 구매한 부품 규모가 106억5000만달러(약 12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28일 밝혔다. 2014년 구매액(9억200만달러)과 비교하면 4년 동안 1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한국의 전체 소재부품 수출액(3162억달러)에서 중국의 비중은 32%(1011억달러)다. 이 중 화웨이가 차지하는 몫은 10%가 넘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5년간 화웨이가 한국에서 사들인 부품을 한화로 환산하면 27조원 규모”라며 “화웨이의 한국산 부품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국내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우량고객’에 속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을 5~10% 정도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10~15% 수준으로 화웨이 의존도가 삼성전자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제재로 인텔·마이크론 등이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면 대체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꼽히는 이유다. 최근 화웨이 임원이 이들 기업을 찾아가 차질 없는 반도체 공급을 당부한 것도 그만큼 의존도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화웨이는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핵심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무선통신에 활용되는 트랜지스터와 전력증폭기를 생산하는 RFHIC는 화웨이의 주거래처 중 하나다. 화웨이를 상대로 한 RFHIC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연간 700억원과 105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현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이펙트’라는 보고서에서 “화웨이 실적이 RFHIC 영업이익에 끼치는 기여도는 31% 내외”라고 평가했다.

5세대(G) 이동통신 상용화 등 통신장비 투자로 올해 1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RFHIC 주가는 이달 15일 3만6000원까지 올랐다가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고점 대비 최대 34.6% 하락했다. 그러나 무역전쟁이 지속돼도 중국 내수 물량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RFHIC 같은 중소기업에 호재가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오는 10월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이 5G 상용화에 돌입하면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이 대중 무역전쟁에서 화웨이를 1차 타깃으로 삼은 것은 5G 경쟁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한 화웨이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아이피리틱스(IPlytics)가 공개한 ‘5G 표준필수특허 보유 현황’을 보면, 화웨이는 1529건의 특허를 보유해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는 노키아(1397건)와 삼성전자(1296건), ZTE(1208건), 에릭슨(812건)보다 많은 수치다. 화웨이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5G 분야에 500억달러를 쏟아붓는 등 공격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화웨이와 5G 공급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지난해 말 26개에서 올해 4월 40개로 늘어났다.

문제는 화웨이에 납품하는 주요 협력업체 91개 가운데 중국 업체가 24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미국(33개)과 일본(11개) 업체가 발을 빼면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웨이는 예상된 제재라 충분한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수 있다”면서 “일부 부품은 로컬 업체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분야에서 20개 이상의 부품이 대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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