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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공공분양 특별공급이 뭐길래"…청약통장 빨아들이는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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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분양 아파트 단지가 청약통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최근 성남에서 공급된 재개발 단지 두 곳에는 생애 한 번밖에 쓸 수 없다는 특별공급 신청만 3500여명이 몰렸다. 부동산 시장이 부진해도 내 집 하나는 마련해놔야 자산 기반이 된다고 생각하는 무주택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은 공공분양 단지 특별공급에 뛰어드는 것이다.

조선비즈

성남 금광1구역을 재개발한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 /대림산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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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21일 특별공급을 한 ‘성남 e편한세상 금빛그랑메종’과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은 모두 일반분양의 80%가량을 특별공급으로 선보였다. 이 결과 e편한세상 금빛그랑메종 특별공급 1846가구에는 2147가구, 신흥역 하늘채랜더스원 775가구에는 1291가구가 몰렸다. 생애 한 번밖에 쓸 수 없다는 특별공급을 성남에서만 하루 만에 3438가구가 쓴 것이다.

최근 분양시장에서 청약에 당첨되는 게 워낙 어려운 탓에 특별공급 청약률도 3~4대 1을 기록할 정도로 과열됐다지만, 특공이 전체 80%에 이르는 공공분양 단지에서 이 정도 경쟁률이 나왔다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신혼부부와 생애 최초 특별공급의 경우 소득·자산 등의 까다로운 기준이 있는 데도 경쟁률이 높았다. e편한세상 금빛그랑메종 전용 59㎡A에는 신혼부부 161가구 모집에 431가구가 몰렸고, 성남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 전용 74AA에는 113가구 모집에 338가구가 신청했다.

성남 e편한세상 금빛그랑메종은 성남 중원구 금광1구역을, 성남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은 중원구 중1구역을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분당이나 위례 등 인근 도시에 비해 수요자들이 거주지로 선호하지 않는 성남 구도심 지역이지만, 대규모 재개발이 연이어 진행되면 거주환경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수요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인근 공인중개업계 관계자는 "서울지하철8호선이 모란역에서 판교역까지 연장되는 등 교통편의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했고, 워낙 대규모 물량이 특별공급으로 쏟아져 이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분양가도 계속 오르고 청약당첨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에 수요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남에서도 볼 수 있듯 최근 특별공급 조건을 갖춘 수요자들은 집을 분양받기 위해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공급한 ‘하남감일 에코앤e편한세상’도 특별공급에 653가구 모집에 5310명이 몰리기도 했다. 정말 살고 싶거나 투자할 만한 집을 위해 청약통장을 아끼던 무주택자들의 청약전략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반면 자산가들은 서울이나 수도권 알짜 입지에서 청약자를 찾지 못해 잔여가구로 나온 물량을 노리고 있다. 수억원에 이르는 계약금을 낼만한 자금력이 있는 데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에 청약시장을 굳이 거치지 않고도 집을 분양받을 수 있는 잔여가구 모집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분양대행업체 예성씨앤씨의 권기택 대표는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자와 자금력을 갖춘 자산가들의 청약전략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공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자금력도 애매한 수요자들만 분양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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