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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80세 양택조 “심근경색 겪고 바로 운전대 놨다…노인 운전면허 반납은 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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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양택조씨, 면허증 반납하고 운전 ‘졸업’
택시·지하철 타고 방송 스케줄 소화
"운전대 안 잡으니 편해…번거로운 일에서 해방"

"나이 먹으면 금방 피곤해지거든. 눈 똑바로 뜨고 한두 시간만 운전해도 피곤해. 나이 든 사람들은 스스로 운전대를 내려놓는 게 맞는 것 같아. 운전은 잠깐 잘못해도 나뿐만 아니라 옆 사람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잖아."

조선일보

원로 배우 양택조씨가 지난 1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를 갖고 있다.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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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 80세인 원로 배우 양택조씨는 지난 2월 도로교통공단을 방문해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했다. 50년 동안 잡아 온 운전대를 놓고 공식적으로 운전을 졸업한 것이다. 이때부터 공단의 ‘고령자 교통안전 홍보대사’로 위촉돼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도’를 홍보하고 있다.

사실 그는 팔순(八旬)을 맞은 지난해 초부터 자신의 차량을 지인에게 무상으로 양도하고 운전을 그만뒀다. 이때쯤 집에서 잠을 자다 갑자기 찾아온 심근경색이 결정적 이유였다.

최근 경남 양산 통도사 차량 돌진 사고 이후 고령자 교통사고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1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한 카페에서 양씨를 만나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이유와 면허 없는 일상생활에 대해 물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대비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비중은 2014년 9%(2만275건)에서 지난해 13.8%(3만12건)로 증가하고 있다.

ㅡ운전 없이 1년을 지냈다. 편했나 불편했나.
"편하다. 때때로 차가 나보다 상전(上典)이었다. 주차공간을 찾으러 차를 타고 빙빙 도는 일, ‘차 빼 달라’는 연락받는 일이 이제는 없다. 장거리 운전하면서 피곤할 일도 없다. 번거로운 일에서 해방됐다는 기쁜 마음이 크다. 방송 스케줄 때문에 지금 사는 일산에서 서울 여의도로 간다. 1년 전부터는 택시를 타거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훨씬 편하다. 가끔 나를 알아보는 분들과 만나서 얘기하는 것도 반갑다. 비 오는 날 택시가 잘 안 잡히는 것 말곤 불편한 게 전혀 없다."

ㅡ운전을 그만둔 이유는 무엇이었나.
"심근경색을 겪었다. 집에서 잠을 자다 새벽에 갑자기 그랬다. 당시 통증이 너무 심해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부인이 집에 함께 있어 119구급차를 불러줬다. 그 일 이후 ‘운전하다가 이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고, 운전대를 놓겠다고 결단을 내려버렸다. 갖고 있는 차는 지인에게 그냥 줬다."

ㅡ고령자 운전면허 반납은 왜 필요하다고 보시나.
"나이 먹으면 금방 피곤해진다. 눈 똑바로 뜨고 한두 시간만 운전해도 피곤하다. 운전은 잠깐 잘못해도 나뿐만 아니라 옆사람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노인들이 스스로 면허를 반납해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이 애국(愛國)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간이 안 좋은 분들은 운전하면 안 된다. 쉽게 피곤하고 지친다. 또 뇌출혈이나 심장마비 위험 증세가 나타나는 분도 운전하지 말라. 교통이 꽉 막히는 시내에서 혼자 운전하다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면 어떡할 건가. 달리는 차를 제어를 못 하니까 다른 사람이 죽을 수도 있지 않나. 본인을 위해서도, 타인을 위해서도 운전대를 미리 내려놓으시라. 운전 안 하면 자동차세 안 내고, 보험료 안 내고, 수리비·주차비 안 낸다. 경제적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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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배우 양택조씨가 지난 1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를 갖고 있다.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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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나이 들었다고 운전도 못 하게 하느냐. 운전할 권리를 왜 버리라고 하느냐"는 반발도 있다. 또 젊은층의 ‘칼치기 운전’이나 음주운전이 도로에서 더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다.
"운전대를 내려놓으면 (칼치기 운전 같은) 그 꼴 안 볼 것 아닌가(웃음). 그리고 ‘운전할 권리’라고까지 표현할 일인가 싶다. 권리라고 생각하니까 면허증 반납이 더 아깝게 느껴질 것이다. 물론 요즘 나이 70이면 젊은 사람인데 70세에 반납하라고 하면 짜증 나겠지. 하지만 교통사고 나면 운전자도 크게 다친다. 남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나를 위해서다."

ㅡ최근 ‘부처님 오신 날’ 발생한 통도사 차량 돌진 사고 차량 운전자가 75세였다. 그가 몰던 차량이 갑자기 도로 한 쪽에 쉬고 있던 방문객 13명을 덮쳤다.
"안타깝다. 택시기사나 화물차 기사들처럼 생계형 운전자를 제외하면 다들 운전면허 반납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ㅡ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하다.
"어디 가서 손주들 얘기하는 즐거움으로 살고 있다. 자식이 부모에게 하는 가장 큰 효도는 아들딸 낳아서 부모에게 손주 보여주는 거 같다. 본업인 연극과 영화, 드라마는 여전히 할 때마다 신이 나고, 검도(劍道)에도 빠져 있다. 사극 연기를 잘하고자 40년 전 검도를 처음 시작했고, 지금은 검도 5단에 대한해동검도협회 감사를 맡고 있다. 노인을 위한 운동으로 검도를 보급하기 위해 해동검도법을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직접 영상에 출연하진 않고, 젊은 사범들이 출연하는 것을 내가 연출·설명하는 방식을 생각 중이다. 골프는 비싸지만 검도는 막대기 하나만 있으면 되니까, 고령층이 좀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ㅡ2003년 간경화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이겨내 너무나 다행인데, 요즘 건강은 어떤가.
"지금은 완벽히 나았다. 건강하다.(웃음) 그때 병으로 쓰러져 드라마에서 빠지고 오랫동안 활동을 중단한 것이 배우 생활에서 가장 아쉬웠던 일이다."

[고양=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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