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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한달만이라도 육아휴직을…행복을 향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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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스웨덴 라테파파 김건씨

스웨덴에서 두 아이 키운 경험 담아

책 출간…5개월·1년씩 육아휴직해

“주도적 양육 해봐야 고충 이해해

가장 큰 수혜자는 아빠 자신”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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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달만이라도 육아휴직을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육아휴직의 최대 수혜자는 아빠 자신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 두 아이를 키운 경험을 담은 <스웨덴 라떼파파>라는 책을 지난 3월 출간한 김건(38)씨는 <한겨레>와의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의 아빠들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김씨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에서 보건경제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사설 경제연구소를 거쳐 현재는 영국계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에서 보건경제학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두 아이 육아를 위해 각각 5개월, 1년씩 육아휴직을 했다.

그는 <스웨덴 라떼파파>에서 스웨덴의 육아 환경을 세세하게 소개했다. 스톡홀름의 일반버스에는 계단이 없고 유모차를 대동한 부모에게는 승차비를 받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카페나 레스토랑이라도 기저귀 교환대가 반드시 하나 이상 설치돼 있고 엄마 또는 아빠가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아이에게 수유를 할 수 있는 분위기다. 아이가 아플 때는 24시간 의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1177 전화도 있다.

김씨는 첫아이가 태어난 10개월 뒤 매니저에게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알리던 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프로젝트도 한창 진행 중인데 죄송하다’고 말했다. 매니저가 ‘일 걱정은 회사의 몫이다. 당신의 몫은 아버지로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다. 당신 아이는 지금 이 순간만 아이지, 이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아이가 될 수 없다’고 하더라.”

스웨덴은 ‘라테파파’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나라답게 선진적인 육아휴직 제도를 가지고 있다. 스웨덴의 유급 육아휴직 일수는 480일(토·일 제외)이다. 무급 육아휴직은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유급 육아휴직 중 90일은 아빠만 사용할 수 있는 ‘아빠의 달’로, 아빠가 안 쓰면 사라진다. 육아휴직 수당은 평소 월급의 76.5%를 기본으로 한다. 스웨덴 평균 임금은 월 2만9800크로나(약 387만원) 정도다. 여기에 직장에서 지원하는 육아휴직 지원금이 따로 있다.

현재 스웨덴에서는 대부분의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스웨덴 정부는 1974년 세계 최초로 아빠도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첫 10년 동안은 5%의 아빠만이 이를 사용했다. 10%를 넘기는 데 20년이 걸렸다. 1995년 ‘아빠의 달’ 제도를 도입했고 이후 아빠 육아휴직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육아휴직을 한 뒤 김씨는 진정한 공동 육아자로 변해갔다. 아내와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그는 “나 자신이 육아휴직을 한 뒤에야 아내가 그 전 10개월간 육아휴직을 했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지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내 육아휴직 기간 동안 김씨는 퇴근 뒤 가사를 맡고 육아를 보조하면서 “나도 힘들다. 뭘 더 하라는 말인가”라고 내심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가 책임을 지고 주도적으로 육아를 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보조 양육자는 주 양육자의 심정과 고충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려면 직장 눈치도 봐야 하고 수입이 줄어들고 경력 단절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육아를 엄마한테만 떠넘기고 본인은 일을 계속하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이기에 육아휴직을 피하는 것은 아닌지 아빠들이 솔직히 생각해봐야 한다.”

그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아이의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아빠가 되려면, 아빠의 존재감을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직후부터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아빠의 육아가 행복이란 종착역을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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