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장관 "女 취업률 높이기위해 육아기 근무 단축기간 1년 늘릴것"
16일 오전 고용노동부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최근 고용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나, 여성 고용률은 견고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달 기준 57.5%로 2000년(48.8%)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내용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이런 자료를 낸 건 다음 날인 17일 오후 이재갑〈사진〉 고용노동부 장관이 서울 송파구에 있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회사 '우아한형제들'을 찾았기 때문이다.
보도자료에서 고용노동부는 "여성 고용률이 상승하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라고 강조했다. 장관이 직접 출산·육아 지원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모범 회사에 찾아가 현장 얘기를 듣는 것도 그런 취지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상황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기준 여성 취업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분야는 '보건 및 사회복지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0만여명 늘었다. 이들 중 70%에 달하는 6만8000여명이 50~64세 여성이었다. 대체로 요양보호사 등 정부의 노인 일자리 혜택을 받은 이들이다. 실제 지난달 20세 이상 여성 취업자 수를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40~49세 여성은 7만2000명, 30~39세는 1만명, 20~29세는 9000명 줄어들고, 5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3만명 넘게 늘어났다. 50세 이상 취업이 늘었을 뿐 그 이하는 되레 전보다 상황이 나빠진 것이다. 경력 단절 여성 수도 2014년 216만4000명에서 2017년 183만1000명으로 연평균 11만1000명씩 줄어들다가, 지난해 다시 184만7000명으로 1만6000명 늘어났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장관은 "여성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기간을 최대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배우자 출산휴가는 유급 3일에서 유급 10일로 늘리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부 통계를 보면, 기존 제도인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사업체는 9.6%, 3.9%에 불과하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그 숫자는 더 적다. 기업이 지금 있는 제도도 제대로 감당 못 해 근로자들이 혜택을 다 누리지 못하는데, 제도만 자꾸 늘려봤자 여력이 되는 일부 대기업·중견기업 근로자들만이 혜택을 볼 뿐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되레 여성 채용을 더 꺼리게 될 거란 우려도 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예 여성 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업이 늘어나 여성 취업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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