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매체는 중국 국영기업 시틱그룹(中信)이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과 함께 지분 75%를 보유한 홍콩기업 ‘아시아샛(Asia Satellite Telecommunications)’을 통해 미국이 제작한 위성을 사들였으며, 이들 인공위성이 지구 상공 2만2000마일(약 3만5405㎞) 궤도에서 중국 정부를 돕는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자국 기업이 중국에 인공위성을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일단 인공위성을 우주에 쏜 후 위성 대역폭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규제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이런 허점을 이용했다. 아시아샛은 중국 국영 기업이 지분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홍콩 기업이므로 미 위성을 구매할 수 있었다.
아시아샛은 미 보잉사(社)나 콜로라도주(州) 맥사 테크놀로지의 관계사 SSL 등이 만든 위성 9기를 구입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사용하게 했다. 이들 위성은 주로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군사 기지에서 군인 간 통신을 담당했다.
2017년 9월 아시아샛9기가 발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아시아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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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신업체는 위성 ‘아시아샛4’를 활용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에 3G(3세대) 모바일 인터넷을 제공했으며 2016년에는 4G로 기능을 향상했다. 중국은 필리핀·베트남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며 군사기지화하고 있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이를 경계하고 있다.
중국 공안부는 중국 경찰력 강화에도 아시아샛 위성을 이용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과거 중국 티베트와 신장위구르지구에서 일어난 반(反)정부 시위를 진압하면서 아시아샛 위성을 통신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WSJ은 시틱그룹이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를 아시아샛 위성의 최종 이용자 가운데 한 곳으로 명시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보잉은 아시아샛에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능을 향상하고 충돌상황 시 표적에 미사일을 유도하는 기능이 있는 10번째 인공위성을 제공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매체는 "보잉과 칼라일 등 미국의 일부 대기업들은 간접적으로 중국의 (안보위협) 노력을 촉진했다"고 지적했다. WSJ가 문의하자 보잉은 "미국 법을 준수한다"며 이 인공위성 계약을 보류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전·현직 미국 관리들은 이런 중국의 행동이 전략적 목적을 위해 미국 상업 기술을 이용하는 우려스러운 예라고 WSJ에 전했다. 의회 자문 단체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래리 워첼 전 의장은 "이는 국가안보 문제일뿐 아니라 심각한 윤리적, 도덕적 문제"라고 말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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