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신평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및 부품업과 유통업, 여신전문업(캐피탈), 건설 및 건자재 기업들의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은 온라인 경쟁 격화가 부담 요인이고, 캐피탈과 건설은 부동산 침체가 우려 요인이다. 자동차는 최근 들어서는 다소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작년 전방산업이 부진했다는 것이 우려된다.
유통업체 중 대표적인 기업이 롯데쇼핑(023530)이다. 롯데쇼핑은 현 신용등급이 AA+이지만,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다. 미래에셋대우(006800)이경록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롯데쇼핑은 연말 기준으로 하향 조정 트리거를 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각 신평사들이 온라인 경쟁 격화에 대해 부정적 시그널을 계속 주고 있었던 만큼, 하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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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업에서는 메리츠캐피탈과 한투캐피탈이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2일 세미나에서 두 회사의 PF대출이 자기자본을 초과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또 사업장 대부분에서 분양률이 60%를 밑돌고 상업용 물건 비중이 높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라고 밝혔다.
2012년 이후 AAA등급을 받아왔던 현대차(005380)는 7년 만에 왕좌에서 내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나이스신평을 마지막으로 3사 모두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또 최근 자동차 부품업체 화신의 신용등급이 BBB로 하향 조정됐는데(나이스신평), 다른 부품 업체로도 확산될 분위기다.
건설사 중에서는 SK건설이 관전 포인트다. SK건설은 영업이익률이 1%대에 그치는 상황에서 지난해 라오스댐 사태가 발생했다. 일단 560억원을 기타충당부채로 반영해놨지만, 손실이 어느 정도로 확대될지 알 수 없다.
두산그룹 계열사들도 관심이다. 신평사들은 지난 2월 두산(A-), 두산중공업(BBB+), 두산건설(BB)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다만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다행인 것이 주력 자금 조달 창구인 두산인프라코어(042670)는 굳건하다는 점이다. 두산인프라는 BBB(안정적)의 신용등급을 받고 있으며, 상반기에만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두산인프라가 신용등급이 BBB- 미만으로 떨어지면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하는 사모채 등을 발행해 놓은 상황이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등급 전망이 안정적이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당장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많은 기업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등급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평사는 점점 더 깐깐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3일 LG전자(066570)에 AA등급(안정적)을 부여했지만, 그래도 등급 하향요인을 여러개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한기평에 따르면 LG전자는 순차입금과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을 비교하는 비율인 커버리지비율이 2017년 1.42배에서 지난해 1.39배로 개선됐다.
하지만 한기평은 "자동차 전장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성장 투자를 전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커버리지비율이 아닌 차입금 의존도를 등급 요인으로 적용한다"고 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차입금 의존도(총자본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를 보겠다는 것은 재무 수준을 더 보수적으로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채권 매니저는 "최근 신평사 리포트를 보면 등급하향조정 요인을 많이 두는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우량기업은 최근 회사채 시장이 강해 별 걱정이 없겠지만, 조기상환 조건이 있는 비우량등급 회사채는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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