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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생각보단 깨끗한 하늘…사모펀드, 미세먼지株에 물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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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이 지났음에도 예상과 달리 미세먼지가 두드러지게 발생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이후 공기청정기와 청정기 필터, 마스크 등 '미세먼지 관련주'를 적극적으로 담았던 사모펀드가 고심하고 있다.

미세먼지 관련주는 대부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어 실적 대비 주가를 뜻하는 주가이익비율(PER)이 10배 안팎이다. 실적 개선은 확실하지만,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는 미세먼지 농도는 이달 들어 오히려 개선됐다는 점이 사모펀드 매니저들의 고민거리다.

조선비즈

미세먼지 등급이 ‘매우 나쁨’을 기록한 지난달 6일 서울 강남대로의 모습. /연합뉴스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는 서울과 경기, 강원, 경남·경북, 충남·충북 등 전북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지역에서 미세먼지 주의보 및 경보 발령이 나지 않았다. 서울의 경우 1~3월에는 15번 발령됐고 특히 2월 28일부터는 3월 7일까지 일주일간이나 발령됐지만 최근에는 잠잠해졌다. 경기지역에서도 3월 28일 이후로는 한번도 주의보나 경보가 뜨지 않았다.

환경부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지역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0㎍/㎥으로 지난해 4월 평균 농도 25.5㎍/㎥보다 22%가량 낮다. 지난해 전체 평균(23㎍/㎥), 2017년 전체 평균(25㎍/㎥)보다 봄철인 올해 4월이 나은 상황이다.

이러자 최악의 대기질을 예상하고 미세먼지 관련주에 투자했던 일부 펀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기청정기를 생산하는 위닉스(044340)는 지난 10일 사모펀드에서만 80억5900만원의 순매수가 유입됐다. 위닉스 시가총액이 4000억원가량이고, 하루 평균 거래량이 200억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꽤 큰 규모로 들어온 것이다. 이날을 포함해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사모펀드는 지속적으로 위닉스를 매수했다. 하지만 주가는 지난달 22일 3만3500원을 찍고 나서 꾸준히 흘러내려 2만4000원을 기록 중이다. 이달 11일 이후로만 15%가량 내렸다.

공기청정기 필터를 생산하는 크린앤사이언스(045520)도 비슷하다. 사모펀드는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5억2200만원어치의 주식을 샀다. 하지만 주가는 꾸준히 내림세다. 지난달 22일 이후 30% 넘게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상승세였던 것을 감안하면 주주들의 상실감이 크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생산하는 케이엠(083550)은 사모펀드가 지난 16~17일과 19일 각각 7000주, 1만9000주, 2만3000주를 매수했는데 주가가 부진하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주가가 1만원 위에 있었으나 22일 현재는 9000원도 위태롭다. 대유위니아(071460)도 16~17일 사모펀드가 매수했지만 마찬가지로 주가는 부진하다.

미세먼지 관련주는 청정기나 마스크 모두 판매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에 실적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만큼 주가가 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이 어느 정도나 될 지 미지수다. 크린앤사이언스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이 123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는데(하나금융투자 추산), 현 주가 기준으로 PER이 13배다. 우리나라 증시 전체 PER 평균은 8~9배에 그친다.

한 사모펀드 매니저는 "실적 개선이 확실하다지만 그만큼 높은 멀티플(배수)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향후 투자심리가 중요하다"면서 "5월마저 미세먼지 발생 빈도가 예년보다 덜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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