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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10년만에 부활한 임종룡표 우리투자증권, 통할까 안통할까… 전문가들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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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의지가 강력하잖아요? 그래도 금융지주인데 자금이든 일거리든 ‘몰아주기’하면 금세 규모가 커지겠죠.”

“갈 길이 멀다. KB금융지주도 KB증권을 못 키워 현대증권을 인수해야 했고, 대기업 현대차조차도 생각만큼은 현대차증권을 못 키웠다.”

하반기 출범 예정인 우리투자증권을 두고 증권업계에선 ‘극과 극’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력 확보부터 인프라 구축까지 처음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우리투자증권이 이를 얼마나 빠르게, 또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지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금융그룹은 계열사 우리종합금융과 최근 인수한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해 이르면 오는 8월 우리투자증권을 부활시키기로 했다.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을 NH금융그룹에 넘긴 지 10년 만이다.

조선비즈

2014년 임종룡 당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중앙회에서 열린 우리투자증권·NH농협증권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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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장 주도하면 가능” vs “금세 견제 세력 나타날 것”

증권업과 관련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돈 싸움’의 성격이 더 강해졌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투자증권도 모회사가 얼마나 쏟아붓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조1000억원, 500억원으로 합병 후 약 1조1500억원의 자기자본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업계 18위로, 10년 전 매각 당시 우리투자증권 자기자본이 약 4조3850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약 4분의 1에 그친다. 게다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대형 IB가 되려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갖춰야 해 못해도 3조원을 추가 수혈해야 한다.

우리투자증권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한 증권사 임원은 “임종룡 회장이 취임했을 때부터 증권사 설립을 강조해 온 만큼, 최고경영자(CEO) 지원 의지는 확실할 것”이라며 “출범 초기 어느 정도의 자금 지원이 이뤄지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말하면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면 성장 가도를 달리기 어려울 수 있다. 우리금융 출신의 한 증권가 인사는 “지금은 회장 눈치 때문에라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겠지만 조금만 안 좋아져도 금세 견제 세력이 나타날 것”이라며 “임종룡 회장이 물러나기 전에 어느 정도 토대를 쌓아 놓지 않는다면, 금융지주회사 특성상 회장 교체 이후 존재감이 옅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력도 설립 초기 힘이 실릴 때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리종금은 지난 3월 대우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대표를 역임했던 이영창 사외이사, 미래에셋증권 출신인 양완규 IB총괄 겸 기업금융1본부 총괄이사, 김범규 디지털본부장, 홍순만 인사본부장, 김진수 경영기획본부장을 영입했다. 지난달에는 대우증권 출신인 박현주 전무를 CM본부장으로 선임했다.

◇ 종금업 겸영으로 자금 조달 강점이나… 아직은 라이선스 없는 반쪽짜리 증권사

또 하나 문제는 라이선스다. 포스증권이 보유 중인 라이선스는 펀드 판매 쪽에 치중해 있다. 증권 쪽 라이선스는 집합투자증권에 대한 투자매매업과 투자중개업 그리고 신탁업뿐이다. 제대로 된 증권업을 하려면 증권·장내파생상품·장외파생상품 각각을 중개할 수 있는 투자중개업 3가지와 장내파생상품·장외파생상품의 투자매매업, 그리고 IB 증권 인수 업무가 가능한 증권 투자매매업 라이선스 등이 있어야 한다.

한 증권사 사장은 “포스증권은 추가 라이선스 확보 자체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라면서도 “임 회장의 의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금융당국이 우리투자증권의 라이선스를 얼마나 빨리 승인해 주느냐 여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종금업 라이선스는 강점이다. 지금은 예전보다 종금업 라이선스 가치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자금을 끌어들이는데 있어서는 절대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10년간 종금업 라이선스를 쓸 수 있고, 그 이후 만료된다.

종금업 라이선스를 잘 활용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메리츠종금증권이다. 메리츠증권은 2010년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해 종금업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여·수신 기능 등을 10년간 겸영했다. 이 기간 메리츠증권은 초대형 증권사로 성장했다. 합병 당시 자기자본 기준 13위에 불과했던 메리츠증권은 2010년부터 10년간 종금업과 증권업을 함께 영위하며 7위까지 성장했다.

과거 동양종금증권(현 유안타증권)도 예금자 보호를 무기로 CMA(자산관리계좌, Cash Management Account)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인 바 있다. 당시 동양증권은 CMA 계좌 수가 2위 미래에셋증권보다 3배 가까이 많은 390만좌에 이르렀다. 종금형 CMA는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가 되는 데다가 다른 증권형 CMA와 달리 국공채 편입 비중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 과거 금융지주가 증권사 인수한 사례 살펴보니

앞서 우리금융처럼 증권사 인수에 나섰던 대표적인 곳으로 KB금융이 있다. KB금융은 2008년 인력 70여명의 소형 증권사였던 한누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증권업에 진출했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였다. 그러나 이렇게 인수한 KB투자증권은 회사채 인수 부문 등 원래 강했던 분야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시장 개척이 잘되지 않았다. 특히 주식자본시장(ECM)에서 한계를 보이며 반쪽짜리 취급을 받았다.

KB증권이 지금의 ‘빅5′ 대형 증권사로 도약한 배경엔 현대증권 인수가 있었다. KB증권은 2016년 자기자본 3조원대로 업계 순위 5위였던 현대증권을 인수한 후에야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는 초대형 IB가 될 수 있었다. 순위도 18위에서 3위로 수직 상승했다. 당시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를 위해 지분 22.6% 인수에 1조2400억원, 이후 자사주 7.1% 매입에 1070억원 등 1조34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이후 KB금융 주식과 주식교환하면서 자진 상장폐지했다. 들인 돈은 적지 않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성공했다.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곳도 있다. DGB금융지주는 2017년 현대중공업그룹이 갖고 있던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했다. 이후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자본금을 1조3000억원대까지 늘렸으나, 업계 내 존재감은 미미하다. 부동산 PF 의존도가 너무 높아 충당금 적립 부담 때문에 올해 1분기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2008년 인수한 현대차증권(옛 신흥증권)도 그룹 내 임직원 수가 독보적으로 많다는 점 때문에 인수와 동시에 고속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 자기자본 기준 16위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 임직원 수는 약 20만명에 육박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투자증권의 규모는 자본총계 기준 증권업계 18위이고, 자산 총계로 보면 우리금융지주의 1%대에 불과하다”면서 “(우리금융의 포스증권 인수는) 적은 비용으로 증권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데 의의가 있으며, 추후 추가적인 증권사 인수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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