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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어른수저로 밥 먹이고 유치원생에 ‘떡볶이’…시민단체 “초등급식 개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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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둔 ㄱ씨(46)는 아이가 학교에서 급식을 제대로 먹었는지 늘 걱정이다. ㄱ씨의 아이는 젓가락질이 서툴러 집에서는 길이가 짧은 어린이용 젓가락과 숟가락을 사용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때는 어른용 수저를 사용해야 한다.

ㄱ씨는 “아이가 ‘숟가락으로만 밥을 먹었다’고 할 때마다 왜 학교에서 어른용 수저만 주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점심급식 때 아이들에게 어른용 수저를 제공해 많은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향신문

광주지역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의 점심 급식. 초등학교 급식으로 나온 떡볶이와 김치국 등을 유아들에게도 똑같이 제공하고 있다. │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제공.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는 “광주지역 초등학교 154곳을 조사한 결과 151곳이 어린이들 급식용으로 어른용 수저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21일 밝혔다. 어린이용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고 있는 학교는 단 3곳에 불과했다.

이들 단체는 상당수 어린이들이 성인용 수저 사용을 힘들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젓가락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밥을 먹거나 젓가락을 사용하더라도 길이가 긴 탓에 중간 부분을 잡고 ‘X’자 형태의 잘못된 젓가락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른용 숟가락이 너무 커 밥을 먹을 때마다 불편을 느끼는 어린이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병설유치원의 급식실태도 심각하다. 광주지역 119곳의 병설유치원은 모두 초등학교 급식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 유치원들은 초등학교 식단을 유치원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제공한다. 유아들에 대한 고려 없이 초등학교 아이들이 먹는 떡볶이 등의 음식들이 급식으로 나오는 것이다. 숟가락과 젓가락도 초등학교처럼 어른용이 제공돼 일부 병설 유치원은 별도의 젓가락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학교급식이 아이들의 신체 기준이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아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면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은 음식을 소화 능력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동일 식단을 제공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와 교육청은 더 이상 효율성이나 예산을 핑계 삼아 초등학교 급식 현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면서 “대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 등을 개최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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