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해 기후변화영향평가에서 제시한 협의 내용. 녹색연합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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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과 관련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 확대·태양광 축소 기조의 현 정권에서 환경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제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기본 수립을 맡고 있는 산업부가 환경부 의견을 묵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6일 녹색연합이 입수한 ‘11차 전기본의 기후변화영향평가·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진행 현황’ 내용을 보면 환경부는 “본 계획(전기본)이 소관하는 전환(발전) 부문은 산업 부문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 온실가스 배출원이며 향후 전력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무탄소전원으로의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는 등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의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 및 국제동향 등을 고려하여, 본 계획 확정전까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상향하여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기후변화영향평가·전략환경영향평가는 국가 주요계획·대규모 개발사업 등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제도다. 환경부가 최종협의 의견을 통해서 신재생에너지 비중 상향을 위해 전기본 변경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지난 8월말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판결도 이 같은 의견 제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8월 29일 2030년까지만 ‘온실가스 감축목표 비율’을 규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등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산업부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2년마다 향후 15년에 걸쳐 적용될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올여름 산업부가 발표한 11차 전기본 초안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환경부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낮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기후위기 대응과 국제 동향에 맞추어 재생에너지 비중을 상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산업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설정했지만, 환경부는 이를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액화천연가스(LNG) 비중 확대보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검토하라는 주문도 포함됐다.
하지만 환경부가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의견은 지난달 26일 전기본 확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산업부와 환경부가 진행한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후변화영향평가는 1차례 보완 과정을 거쳤지만, 이 내용 역시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녹색연합은 산업부가 환경부의 협의 의견을 묵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사회적 논란이 큰 11차 전기본에 대한 기후변화영향평가 결과가 투명하게 알려지지 않은 점은 큰 문제”라면서 “만약 산업부가 환경부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도입한 기후변화영향평가 제도의 취지를 전면 부정하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헌법소원 판결의 취지와 국제사회의 흐름을 반영해 산업부는 전기본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며 “투명한 절차와 과정을 통해 전기본을 전면 재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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