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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책과 삶]아메리칸 드림의 민낯을 까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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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아메리카

J G 밸러드 지음·조호근 옮김

현대문학 | 404쪽 | 1만4000원

경향신문

타임스 선정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 중 한 명인 J G 밸러드가 1981년에 발표한 9번째 장편소설이다. 밸러드는 1960년대 SF 뉴웨이브 운동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작가로, 이 책은 에너지 위기 이후에 미국이 붕괴한 상황을 그려냈다. “2030년이 되자 미국은 완전히 버려진 땅이 되었다. 한때 붐비던 도시들은 고요한 폐허로 전락했다.”

2114년 유라시아 대륙 주민들이 방사능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보낸 원정대가 미국 뉴욕 맨해튼 부두에 도착한다. ‘미국 난민’의 후손으로 구성된 원정대원들은 황폐화된 미국 땅에서 새 삶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주인공 웨인은 자신이 재건된 미국의 대통령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런 그가 라스베이거스에 숨어 있는 제45대 미국 대통령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상상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미국인들이 국제 난민이 됐다는 설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필 소설 속 대통령과 같은 제45대 대통령이라는 것, 두 인물의 구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사실은 밸러드가 미래를 내다보고 글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미래를 다루는 역사소설”이라는 명성답게 책은 과거, 현재의 미국과 맞닿아 있다.

밸러드는 “미국에 갈 때마다 진짜 ‘아메리카’는 할리우드와 대중매체가 빚어낸 가상 공간에 존재한다는 느낌이다. ‘미합중국’은 24시간 방영되는 가상현실 채널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디스토피아가 된 미국’과 미국을 환상의 공간으로 왜곡하는 주인공의 시선을 교차해 묘사하며 아메리칸드림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책은 SF 거장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의 손을 통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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