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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베이조스 불륜 보도’ 인콰이어러紙 1100억원에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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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의 불륜을 보도한 미 타블로이드 잡지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1억달러(약 1137억원)에 팔린다. 1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인콰이어러 모회사 아메리칸 미디어(AMI)가 공항 가판업체 ‘허드슨뉴스’와 매각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1억달러에 달하는 매각 가격은 ‘스캔들 덩어리’ 타블로이드 잡지에는 놀라운 가격이라고 WP는 전했다. 2013년 NYT의 자매지 보스턴글로브가 보스턴 레드삭스 야구팀 구단주에게 7000만달러(약 790억원)에 팔린 것보다 높은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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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페커 아메리칸 미디어 대표. /AP


이번 매각으로 AMI 부채는 3억5500만달러(약 4000억원)로 줄어들게 됐다. AMI는 인콰이어러의 발행 부수가 계속 줄면서 4억달러(약 4500억원)에 달하는 빚을 져왔다. 미 언론감사연합(AAM)에 따르면 2014년에 인콰이어러는 발행본 당 51만6000부를 찍었지만 점점 줄면서 지난해 12월에는 21만8000부까지 떨어졌다.

데이비드 페커 AMI 회장은 성명을 내고 허드슨뉴스와의 매각 계약을 알렸다. 그는 "이번 매각은 매년 3000만달러(약 34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내는 오늘날 신문 가판대 시장에서 활력을 보여준다"며 "제임스 코언의 허드슨뉴스팀은 출판계에서 입증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인콰이어러) 브랜드를 성장시키는게 필요한 시장 기반 지식과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허드슨뉴스는 미국 내 900여 곳에 공항 가판 매장을 운영하며 주간지·신문·서적을 취급한다.

이번 매각 결정은 AMI 지분을 보유한 헤지펀드 매니저 앤서니 멜치오레가 인콰이어러의 보도 전략과 인콰이어러에 가해지는 법적·정치적 압력에 환멸을 느껴 이뤄졌다고 WP는 사안에 정통한 사람을 인용해 전했다. 회사 측도 타블로이드 사업을 더는 지고 가기 싫어 매각 방법을 모색했다고 한다.

AMI는 불안정한 재정 상태와 더불어 페커와 딜런 하워드 인콰이어러 편집국장이 2016년 미 대선 당시 ‘캐치 앤 킬(Catch and Kill·잡아 죽이기)’ 작전을 펴 상당한 법적 위험에 직면했다. 이는 기삿거리를 독점 계약하고 모두 사들여 사장하는 일로, 인콰이어러는 이 분야의 대가(大家)다. 인콰이어러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를 위해 그를 곤경에 처하게 할 수 있는 기사를 사들여 논란에 휩싸였다. 페커와 트럼프 대통령은 20년지기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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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타블로이드 잡지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2019년 1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불륜 정황이 담긴 사진을 수십장 공개했다. /내셔널 인콰이어러


인콰이어러는 트럼프의 대표적인 적(敵) 중 하나인 WP의 소유주기도 한 베이조스를 목표물로 정하기도 했다. 인콰이어러는 지난 1월 베이조스와 전 폭스뉴스 앵커인 로런 산체스 사이에 오간 외설적인 문자를 공개하며 각기 가정이 있는 두 사람의 불륜 사실을 특종 보도했다. 베이조스는 인콰이어러가 넉달간이나 자신과 산체스를 쫓아다니며 불륜을 취재하자 25년간 함께 산 부인 맥켄지 베이조스와의 이혼을 서둘러 발표했다.

이에 베이조스도 한 블로그 사이트에 ‘페커씨, 거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AMI 측 협박 이메일 여러 통을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베이조스는 자신의 불륜이 담긴 사적인 문자메시지와 사진이 인콰이어러를 통해 보도되자 사설 조사팀까지 꾸려 공개적으로 그 경위를 조사해왔다. 베이조스와 AMI 측의 신경전이 오가는 과정에서 산체스 오빠인 마이클 산체스가 베이조스의 비밀을 20만달러(약 2억2600만원)에 인콰이어러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워드는 매각 후에도 인콰이어러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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