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회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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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미국에 우호적인 중동지역 걸프 국가들을 상대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돕는다면 응징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걸프 국가들은 이스라엘 전투기의 자국 영공 비행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며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시설 공격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10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중동지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요르단 등 중동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영토나 영공을 개방해 협조한다면 보복이 있을 것이란 경고를 이란 측으로부터 극비리에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최소 1500㎞ 떨어져 있어 이스라엘군이 전투기로 곧장 이란을 폭격하려면 요르단과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지나야 한다.
이란의 경고를 받은 국가들은 자국 내 원유시설이 이란 혹은 이란 대리세력으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들 국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시설과 병력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란이 경고한 국가들 모두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요르단 등 미국과 가까운 일부 중동 국가들은 지난 4월 이스라엘로 향하는 이란의 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날 이란 고위 당국자와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이란이 최근 회담에서 사우디 측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걸프만을 순방 중인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전날 사우디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등을 만났는데 이 회담에서도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가능성이 중점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이란 외교관은 사우디가 이스라엘의 공격에 어떤 방식으로든 협조한다면 이라크나 예멘의 친이란 세력들이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도움으로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으면 사우디 원유시설의 안전 역시 보장할 수 없다고 위협했다는 것이다.
사우디 왕실과 가까운 분석가인 알리 시하비는 로이터에 “이란은 ‘만약 걸프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영공을 개방하면 곧 전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압박 속에서 사우디, UAE,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시 자국 영공을 개방하지 않을 것이며 미군이 자국 영공 안에서 이란 공격을 막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들 국가들은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해 이스라엘의 이란 원유시설 공격을 막아달라는 뜻도 미국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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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사실상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란의 석유 생산이 이스라엘 공격으로 마비되더라도 공급 손실을 메울 수 있는 여유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OPEC 회원국들이 대부분 걸프만(페르시아만)에 몰려 있어 UAE나 사우디의 석유시설까지 타격을 받는다면 전 세계 석유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는 이란의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은 물론 곧 대선을 앞둔 미국 정부에도 큰 부담이다.
다만 걸프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영공을 개방하지 않더라도 이스라엘이 요르단이나 시리아, 이라크를 경유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특히 시리아와 이라크는 이스라엘군의 스텔스 기술에 대적할 능력이 없어 이스라엘 공군이 사실상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걸프 국가들의 영공을 지나지 않더라도 홍해와 인도양을 거쳐 걸프만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공중 급유 능력을 갖추는 등 다른 선택지도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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