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익숙해서 놓쳤던 연필에 숨겨진 이야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펜슬 퍼펙트
캐롤라인 위버 지음, 이지영 옮김/a9press·2만원

의외로 우리는 연필에 대해 이미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어렸을 때 주로 썼던 흐릿한 연필심 2HB, 미술 시간에 썼던 4B, 크로키를 그리는 콩테, 노란 연필 기둥 끝에 분홍색 지우개가 달린 육각 연필과 시험 볼 때 필수였던 컴퓨터용 연필까지. 연필 회사인 파버카스텔과 톰보, 스테들러의 이름도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던 듯하다. 심지어 “사랑을 쓸 때는 연필로 써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익숙해서 놓쳤던 연필의 ‘숨겨진 이야기’가 한 책에 담겼다. 흑연은 발견부터가 신비롭다. 1560년대 영국 어느 호수 지역에 강한 돌풍이 치던 날 물푸레나무가 뿌리째 넘어지며 그 지하에서 ‘미지의 광물’이 나타났다. 이것을 한 양치기가 발견해 양 떼를 표시하는 데 쓰기 시작했다.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원소의 구조가 놀랍도록 유사하지만, 흑연은 완전히 지워질 수 있고 다이아몬드는 사실상 파괴할 수 없다는 상반된 성질을 갖고 있다는 점도 신비로움을 더한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흑연에서 시작된 연필은 어떻게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져 오게 됐을까? 450여년의 세월을 통해 완성품을 쓰고 있는 현재로서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연필의 제조 과정은 쉽지 않았다. 흑연을 미세한 분말로 갈아서 점토를 섞어 더 단단하고 잘 쓰이는 연필을 만든 니콜라-자크 콩테(1755~1805)는 열기구를 만드는 과학자였다. 흑연에 점토를 경화제로 사용한 ‘콩테의 방식’은 당시에는 진정 혁신적인 발견이었다.

지은이는 연필이 이처럼 과학과 기술이 녹아든 물건이라고 말한다. “최초의 연필들을 가구 제작자가 만들었다는 사실에도 일리가 있다. 현대의 기계에서도 연필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기술이 필요하다. 연필의 매력 중 하나는 무한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작고 말끔한 물건이라는 것이다.” 연필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의 혁신이 필요했다는 것.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책은 16세기부터 21세기까지 연필의 역사를 훑어 내려간다. 연필과 사랑에 빠진 작가, 화가, 기자 등 창작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연필에 대한 매력을 배가시킨다. 월트 디즈니, 존 스타인벡과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아꼈다는 ‘블랙윙 602’를 당장 구매해 종이에 적어보고 싶을 정도다. 지은이 캐롤라인 위버는 뉴욕 연필가게 사장님이다. ‘성공한 덕후’답게 책 말미에는 연필 수집에 대한 실질적 정보도 담았다. 챕터마다 짐바브웨의 예술가 오리아나 펜윅의 세밀한 연필 삽화를 더해 글의 질감을 살렸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