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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대만원자력학회 이사장 "대만 국민, 전력부족·대기오염 두려워 원자력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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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공화국]⑩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016년 대선에서 탈원전 공약을 내세웠고, 2017년 1월 전기사업법에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완전 중단시킨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실시된 국민투표에선 투표 참여 유권자의 59.5%가 ‘탈원전 정책 중단’을 지지했다. 2017년 8월 대만에서 일어난 대정전 사태로 불안감이 커졌고, 태양광·풍력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국민이 못 믿겠다는 것이다.

조선비즈는 대만 원자력학계의 원로인 리민(李敏) 대만원자력학회 이사장(대만 칭화대 공정 및 계통공학부 교수)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국보다 먼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실패한 대만의 교훈을 들어봤다.

리 이사장은 19일 "대만 국민이 원자력을 지지하는 이유는 전력부족과 대기오염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자국 내에 에너지 자원이 없는 소규모 국가의 경우 원전(원자력발전)을 활용하지 않으면 리스크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산업계가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산업계가 (전력난으로) 생존할 수 없다면 대만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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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민 대만원자력학회 이사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해 11월 실시된 대만 국민투표 운동 중 탈원전 반대 지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리민 이사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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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계, 원자력 선호…"24시간 365일 전기 생산 가능"

대만 정부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정부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기로 했다. 리 이사장은 이에 대해 "어떤 종류의 발전소가 에너지 전환을 지원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LNG(액화천연가스)는 운송·보관이 쉽지 않고 가격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면서 "석탄화력은 대기오염 우려가 있다"고 했다.

"산업계가 원자력을 선호하는 이유는 하루 24시간 365일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의 발전 비용은 에너지 시장 가격에 따라 요동치지 않는다."

리 이사장은 "원자력이 조만간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원자력은 기후변화를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상당량의 방사능이 자연에 존재하고 있고, 사람들이 방사능을 두려워 하지 않으면 원자력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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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민 대만원자력학회 이사장./리민 이사장 제공




리 이사장은 대만은 작은 섬나라이고 전력망이 격리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전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해야 하며, 생산된 전기는 국내에서 소비되어야 한다. 한국 역시 다른 나라에서 전기를 사올 수 없는 상황이다. 날씨에 따라 공급이 좌우되는 재생에너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이다.

◇ "원전 가동했다면 대만 대정전 피해 심각하지 않았을 것"

대만의 집권 여당인 민진당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대만이 원자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모든 원전을 가동 중단시켜도 전력은 충분하다는 논리였다. 리 이사장은 "만약 원전 2기를 가동했다면 (2017년 8월에 일어난) 대정전의 피해는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만 국민들은 민진당에 속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탈원전 정책 중단에) 찬성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대만에서도 반핵 옹호자 일부가 원자력에 관한 소문을 유포했지만, 소문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을 국민 스스로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리 이사장은 "대만 정부는 에너지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들이 (탈원전 정책 철회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2020년 대선에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 이사장은 ‘탈원전이 세계적인 트렌드인가’라는 질문에 "탈원전의 시점을 못박은 나라는 독일이 유일하다"며 "현재 17개국에서 54개 원전이 건설되고 있고, (한때 탈원전을 추진했던) 영국은 지금보다 더 많은 원전을 건설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설성인 기자(seo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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