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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건설업계 vs 시멘트업계, 시멘트 가격 두고 줄다리기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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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가 저조한 건설업황을 고려해 시멘트업계에 시멘트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되고, 건설사업 감소로 올해 시멘트 출고량이 줄어든 만큼 시멘트 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비즈

경기도 의왕시의 시멘트 유통기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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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지난달 25일 국내 시멘트업계 1위로 꼽히는 쌍용C&E를 비롯해 한국레미콘공업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시멘트 가격 협상 참여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건자회가 보낸 공문 내용을 살펴보면 “건자회는 지난해 하반기 시멘트 가격 협상에 참여했고 시장 상황과 각 당사자 입장을 고려해 협의한 결과 지난해 10월 6일 시멘트 가격(인상에) 합의를 이뤄냈다”면서도 “동일한 관점에서 최근 건설 시장 상황과 건설업계 입장을 고려했을 때 올해 시멘트 가격 협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협상 참여를 요청한다”고 적혀있다.

건자회는 시공능력평가액 도급순위 40위 내 건설사들의 자재 관련 부서 임직원으로 구성된 협의체다. 이들은 시멘트 제조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수급이 최근 안정을 찾은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앞서 건자회를 비롯한 시멘트기업 등은 지난해 9월 1종 벌크시멘트 공급가격을 톤(t)당 11만2000원으로 직전 가격 대비 6.9%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시멘트 주원료인 유연탄 가격은 2022년 상반기 t당 256달러(35만3638원)에서 하반기 444.53달러(61만4073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지난해 3월 195.90달러(27만615만원), 7월 148.45달러(20만5068원)로 떨어졌다. 올해 1월에도 128.21달러(17만7109원), 6월 28일 기준으로는 92.96달러(12만8414원)로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건설 경기도 어려운데 현재 유연탄 시가에 맞도록 시멘트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시멘트 가격 인상 효과로 올해 국내 시멘트회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개선된 만큼 건설업계 고통을 분담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실제 국내 주요 시멘트회사들은 대체적으로 건설 경기 침체 영향을 받아 외형은 줄었지만 수익성은 커졌다. 아세아시멘트는 올해 1분기 매출액 2628억915만원, 영업이익 326억282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02%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105% 증가했다. 한일시멘트도 올해 1분기 매출액 4116억4723만원, 영업이익 555억6721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3%, 103% 늘어났다.

삼표시멘트도 올해 1분기 매출액 1885억7451만원, 영업이익 176억7158만원으로 매출액은 5.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20.6% 늘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성신양회와 쌍용C&E도 올해 1분기 각각 163억6714만원, 102억3810만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건설사들은 주된 사업 수주 전략이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대형 건설사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중소형 건설사들은 공사비와 관련된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기 때문에 공정 관리, 원가 절감 등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연탄 가격도 내렸고 시멘트회사 실적도 개선됐으니 공사비 절감을 위해 조금이라도 시멘트 가격을 인하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급격한 공사비 인상으로 공사 지연 등 건설업계와 소비자들이 겪는 어려움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시멘트업계에서도 고통을 분담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멘트업계에서는 유연탄 가격 하락만으로 시멘트 가격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반박했다. 향후 전기요금 인상 등의 비용 증가 요인이 대기 중인 데다 건설업황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시멘트 수요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시멘트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시멘트회사들이 건자회와 시멘트 가격 협상에 나섰을 때 유연탄은 이미 가격이 내려온 상황에서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전기요금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을 반영해 인상을 한 것”이라며 “시멘트 원가에 유연탄도 30%를 차지하지만 전기요금 역시 30%의 비중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정부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 있는데 가격을 내리면 적자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시멘트회사들의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일시적인 반등이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2분기부터는 건설사업이 많이 줄어들고 레미콘 타설 현장도 감소하기 때문에 시멘트회사의 실적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일 뿐인데 지난해 1분기와 올해 1분기 실적 비교만으로 단순히 시멘트회사들이 수익성이 커졌다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올해 상반기 시멘트 출하량이 두자릿수 이상 빠진 것으로 추정되는 회사들이 나올 정도로 시멘트업황도 좋지 않고, 전기요금 인상과 출하량 감소가 겹쳐 시멘트 가격 인상 효과는 거의 상쇄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멘트회사들은 건설사 공사비 증가의 주범인 ‘공기 지연’의 결정적인 원인은 부실 시공, 안전 관리 강화 등의 이슈로 감리를 강화한 것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멘트회사 관계자는 “건자회 논리를 적용하면 유연탄 가격의 급등락에 따라 시멘트 가격을 조정해야 하는데 2년 전 유연탄 가격이 t당 440달러까지 치솟았을 때는 가격 인상에 대한 얘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며 “현실적으로 시멘트 가격을 10% 인상했을 때 건설비용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0.2~0.3%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jy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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