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 시각) CNN 필리핀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200척이 넘는 중국 선박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있는 티투섬(중국명 중예다오) 인근 해역까지 진출한 것과 관련, 이 섬을 건드리면 자살 공격을 명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필리핀 여당인 PDP라반의 선거 유세 연설에서 "나는 애원하거나 구걸하는 게 아니다. 나는 그곳(티투섬)에 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파가사(티투섬의 필리핀명)에서 손을 떼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만약 중국이 그 섬을 건드리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며 "나는 병사들에게 ‘자살 임무를 준비하라’고 명령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왼쪽) 필리핀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CCTV |
그는 "중국에 말하려는 건 파가사가 필리핀 영토라는 사실"이라며 "우리는 1947년부터 그곳을 지배해왔다. 그 섬이 중국 소유라면 그동안 왜 우리를 내쫓지 않았나"고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티투섬 인근에 중국 선박이 대거 출몰한 데 따른 것이다. 필리핀 군 당국은 중국 선박 280여 척이 양국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내 티투섬 인근 해역까지 진출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것은 경고가 아니라 친구에게 하는 충고"라며 중국과의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필리핀은 중국과의 전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중국과 전쟁을 벌이면) 우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통을 받을 것"이라며 "내 군대는 살육당할 것이다. 나는 그런 결정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간 친중국 노선을 걸어온 만큼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대중(對中) 강경 목소리를 낸 배경이 주목된다. 앞서 중국은 남중국해의 모든 수역을 영해로 주장하며 인공섬을 건설하고 무기를 배치하는 등 군사화에 속도를 내왔다.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은 중국에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2016년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 남중국해 자원 공동 개발에 합의하는 등 중국과 밀착 관계를 이어왔다.
필리핀 국민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반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여론조사업체 ‘소셜웨더스테이션(SWS)’가 지난해 9월 필리핀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는 "필리핀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고 답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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