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입양 늘면서 반려인들 관심도 커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기 때부터 키운 게 아니니까, 우리 집에서 편안한지 궁금했어요.”
3살 래브라도 리트리버 ‘럭키’를 입양한 심성은씨(럭키마미·수원시 광교)는 유기견이었던 반려견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오는 6월이면 럭키가 새 가족을 만난 지 딱 2년이 된다. 심씨는 지난 1년 남짓 럭키가 집에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가족과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특히 왜 아빠를 불편해하는지 알고 싶었다.
입양 때 4살로 추정되던 ‘나쵸’를 입양한 권아무개씨(서울시 은평구)도 최근 나쵸의 눈이 부쩍 어두워진 것을 확인하고, 문득 개의 나이가 궁금해졌다. 산책 중 거리에서 긴 머리의 젊은 여성을 만나면 유독 따르고, 사라질 때까지 오래도록 쳐다보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권씨는 나쵸에게 “전주인이 그립냐”, “너 도대체 몇 살이냐”고 묻고 싶었다고 한다.
고슴도치 ‘고구마’와 ‘감자’를 임시보호하던 김숙연씨(경기도 안성)도 사정이 비슷했다. 김씨는 함께 유기된 감자와 고구마를 데려와 각각의 케이지에 거처를 꾸며줬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하는 고슴도치의 성향을 고려해 각각 집을 마련해준 것이다. 그랬는데, 감자와 고구마는 붙어 있다가 떨어지자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다시 합사를 시켜야 할지 고민이 됐다.
_______
유기동물 입양의 증가
펫숍·불법 번식장 등의 열악한 실태가 알려지며 반려동물을 사지 않고,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2일 실시간 유기동물 통계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2017년부터 현재까지 7만여 마리 유기·유실 동물이 입양돼 새 가족을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픈 과거를 지닌 동물을 가족으로 맞아들인 반려 인들은 새로운 환경이 불편하진 않는지, 가족들과의 관계에 만족하는지 궁금해서 펫타로와 펫사주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펫타로는 78장의 카드를 이용해 운수를 분석하는 타로 점의 반려동물 버전이다. 일반 타로점이 카드에 담긴 여러 가지 상징을 해석해 점괘를 내놓는 것과 같이, 펫타로도 선택된 카드에 포함된 상징을 펫타로이스트가 읽어내는 방식으로 점을 친다. 펫타로이스트 하랑은 펫타로를 “우리가 평소 궁금해 왔던 반려동물의 마음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도구”라고 말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이기도 한 그는 “보통 현재 반려동물의 기분과 상태를 카드를 뽑아 알려드린다. 점이라기보다는 교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뽀미(8살)와 까미(3살) 두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그는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이 초능력이나 예지력 같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고 말한다.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동물이 말을 하지 않아도 뭘 원하는지 느껴질 때가 있을 거예요. 누구에게나 오감은 존재하잖아요. 시각, 청각, 후각 등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감각을 통해 교감을 시도하는 거죠. 방법만 제대로 알고 연습한다면 여러분도 가능한 일이에요.”
_______
좋은 보호자가 되려는 마음이 중요
무속인 서은희씨도 최근 반려동물과 관련한 상담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씨는 “반려인구가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오신다. 아픈 고양이의 앞날을 물어보시거나 유기견 32마리를 키우는 분이 이사를 앞두고 터에 관해 물어오시기도 한다”고 전했다.
10여년 전 먼저 간 반려동물과의 ‘접신’을 제안받았을 때만 해도 “미쳤다”고 이야기하던 서씨도 1년 전 반려견 ‘산이’을 입양하면서 반려인들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동물도 사주가 있다고 말하는 서씨도 반기지 않는 질문이 있다. 서씨는 “강아지를 입양할 때, 이 아이가 우리 집에 들어오면 좋을까요 나쁠까요 이런 질문들을 하시는데, 그런 것은 안 물어보셨으면 좋겠다. 내가 강아지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하면 당장 예쁘다고 데려올 것이 아니라 책임지고 끝까지 키울 수 있는지 숙고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리브동물병원장 박정윤 수의사는 “타로나 점을 재미로 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 좀 더 동물을 이해하고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간혹 동물들이 보이는 문제행동을 심리적인 측면으로만 이해하려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갑자기 사나워지거나 우울해지는 것은 통증이나 질병 때문일 수도 있다. 반려인의 전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수의사는 “반려동물의 마음과 행동은 사실 보호자가 제일 잘 안다. 이 아이가 우리 집에서 행복할까, 불행할까 불안해하기보다 좋은 보호자가 되려는 자신의 노력을 더 신뢰하고 자신감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유기동물은 행복한 가운데서도 불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펫타로를 “100% 믿지는 않았지만, 좀 신기하게 맞았다”는 ‘럭키마미’ 심성은씨는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동물 학대하지 말고, 버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유기견도 소중한 가족이니까요. 꼭 사지 말고 입양해주세요!”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