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영국 하원은 보수당 올리버 레트윈 경이 제출한 수정안을 찬성 329표, 반대 302표로 가결했다. 이 수정안은 영국 하원의 과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찾을 때까지 여러 대안을 두고 투표하는 ‘의향 투표(indicative vote)’를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19년 3월 25일 영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핵심 쟁점은 ‘안전장치(backstop)’ 도입 여부다. 그동안 하원은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안전장치’에 반대해왔다. 안전장치는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조치인데 종료 시점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구체적인 진행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하원은 안전장치와 관련된 세부 사항을 포함해 소프트 브렉시트(단일 EU시장이나 관세동맹에 잔류), 제2 국민투표, 브렉시트 철회, 노딜 브렉시트 등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하원이 이 같은 수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3차 투표를 남겨두고 있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에서 또다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에서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3차 투표가 열릴 가능성을 배제했다. 앞서 메이 총리가 EU와 합의 끝에 만든 브렉시트 합의안은 지난 1월 1차 투표에서 승인이 불발된 데 이어 지난 12일 또다시 부결됐다.
이후 3차 투표는 브렉시트의 운명을 좌우하는 열쇠로 떠올랐다. EU의 승인으로 브렉시트가 극적으로 연기된 이후 노딜 브렉시트 여부는 하원의 합의안 통과에 달렸기 때문이다. 3차 투표에서 합의안이 통과되면 브렉시트는 5월 22일 시행된다. 그러나 합의안이 부결되면 4월 12일 아무런 합의 없이 ‘노딜 브렉시트’를 하거나 4월 12일 이전에 영국이 5월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브렉시트를 장기간 미룰 수도 있다.
하원의 이번 결정은 위기에 몰린 메이 정부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 총리는 ‘의향 투표’가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하원의 표결 결과는 브렉시트에 있어 더 큰 위험이 된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에서 주도권을 잡은 것은 정치적 전통에 도전하는 동시에 메이 총리에게 전례 없는 비난을 가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원이 과반이 찬성하는 합의안을 도출한다해도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메이 총리가 이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메이 총리에게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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