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타락한 인간정신이 결합할 때 어떤 지옥도가 펼쳐지는지 극명하게 드러냈다. 범인의 총구는 이슬람 이민자를 겨냥했고 생중계 카메라는 인류의 양심을 겨누었다. 생명에 대한 경외는 인류가 역사를 통해 축적한 문명에서 핵심에 해당한다. 홀로코스트로 수백만 명을 죽인 나치도 이처럼 공공연하게 생명의 가치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만인이 뉴스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SNS는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 안에서 누군가는 괴물이 되고 불특정 다수는 이들이 자행하는 테러에 노출될 위험에 처해 있다. SNS시대의 게이트키핑에 대해 근본적 고민을 할 것을 이번 사건은 명령하고 있다.
동시에 자유민주주의 본거지인 서구사회에서 인종주의 테러가 빈발하는 데 주목한다. 세계 곳곳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고원한 이상이 극단적 민족주의와 이에 편승한 포퓰리즘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정치가 도덕적 권위를 상실할 때 극단주의와 반이성이 맹위를 떨치게 된다. 근대 이래 역사는 진보한다는 신념이 지금처럼 큰 도전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취약함을 다시 생각한다. 이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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