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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사설] SNS 생중계까지…극악무도한 인종주의 테러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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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테러가 지구촌 차원에서 충격을 낳고 있다. 17일 시신 한 구가 추가로 발견돼 사망자는 50명으로 늘었고 부상자 50명 중 몇 명은 위독한 상황이다. 이 사건 이전에도 비슷한 총기 테러는 있었다. 2016년 미국 올랜도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50명이 숨졌고 2017년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 난사 사건에선 59명이 사망하고 530여 명이 부상했다. 이번 사건이 과거 사건과 다른 것은 범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살해 장면을 17분간 생중계했다는 사실이다. 영상에는 모스크로 향하면서 "파티를 시작하자"고 말하는 장면, 사람들에게 총을 난사하는 장면, 심지어 총을 맞고 신음하는 피해자를 확인 사살하는 장면까지 담겼다. 학살은 마치 비디오게임처럼 진행됐으며 실제 범인은 범행 전에 비디오게임으로 가상 총격 훈련을 했다고 한다. 그는 반이민주의와 유색인족 혐오로 채워진 테러 선언문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외신은 '라이브 테러리즘(Live Terrorism)'이란 용어로 충격을 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타락한 인간정신이 결합할 때 어떤 지옥도가 펼쳐지는지 극명하게 드러냈다. 범인의 총구는 이슬람 이민자를 겨냥했고 생중계 카메라는 인류의 양심을 겨누었다. 생명에 대한 경외는 인류가 역사를 통해 축적한 문명에서 핵심에 해당한다. 홀로코스트로 수백만 명을 죽인 나치도 이처럼 공공연하게 생명의 가치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만인이 뉴스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SNS는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 안에서 누군가는 괴물이 되고 불특정 다수는 이들이 자행하는 테러에 노출될 위험에 처해 있다. SNS시대의 게이트키핑에 대해 근본적 고민을 할 것을 이번 사건은 명령하고 있다.

동시에 자유민주주의 본거지인 서구사회에서 인종주의 테러가 빈발하는 데 주목한다. 세계 곳곳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고원한 이상이 극단적 민족주의와 이에 편승한 포퓰리즘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정치가 도덕적 권위를 상실할 때 극단주의와 반이성이 맹위를 떨치게 된다. 근대 이래 역사는 진보한다는 신념이 지금처럼 큰 도전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취약함을 다시 생각한다. 이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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