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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美 민주당 "81곳 2주내 트럼프 자료 내라"..."탄핵은 아직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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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원 법사위, 트럼프 관계 81곳 자료 제출 요구
장남·사위 등 60여명 조사…장녀 이방카는 제외
러시아 스캔들·권력남용·사법방해 전방위적 조사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국 하원이 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조사를 공식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 수사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미 하원 개혁감독위원회 청문회장에서 ‘폭탄 발언’을 해 탄핵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될까. 민주당은 지금은 팩트를 수집하는 단계라며 탄핵은 아직 먼 길이라는 입장이다.

◇ 美 하원 법사위, 트럼프 측근 81곳에 자료 요청

3일(현지 시각) ABC방송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의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와 부패, 권력남용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며 "특검 조사가 구체적 범죄들에 집중됐다면 의회의 조사는 좀 더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들러 위원장은 ‘트럼프가 사법 방해를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말했다. 사법 방해는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그는 같은 날 성명에서도 "조사는 사법방해, 부패, 권력남용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원 법사위는 백악관의 전·현직 관료, 법무부, 선거 관계자, 트럼프 대통령 관련 기업, 단체, 가족 등 총 81곳을 대상으로 서류와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상태다. 이들은 오는 3월15일까지 서한 답변을 보내야 한다.

조사 대상도 광범위하다.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사위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차남 에릭 트럼프도 포함됐다. 트럼프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앨런 웨일스버그, 조사의 신호탄을 쏜 코언 전 변호사 등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일했거나 비위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60명이 넘는 트럼프 측근이 망라돼 있다. 하지만 장녀 이방카는 포함되지 않았다.

CNN은 "법사위의 조사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공모와 사법방해 수사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연방검찰이 수사해온 것을 되짚어 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2016년 6월 트럼프 선거운동 관계자들를 비롯해 크렘린궁과 연계된 러시아 변호사의 트럼프타워 미팅 연루자, 트럼프 기업의 모스크바 트럼프건물 건설 계획, 트럼프 대통령과 불륜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 2명의 여성 등을 주의깊게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부패 조사’ 공세 뛰어드는 美 기관들

하원 법사위가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는 이유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코언 전 변호사의 ‘폭탄 발언’ 때문이다. 그는 당시 "나는 더이상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지 않는다"며 "트럼프는 인종차별자이자, 사기꾼이고, 범죄자"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년간 자신에게 500여 차례 협박을 가하도록 시켰다고 폭로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의 이메일이 해킹돼 인터넷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공개된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미리 알고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여성 2명에게 입막음용 돈을 줬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패 조사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하원 정보위와 금융위, 감독개혁위 등 기관도 트럼프 부패 조사 공세에 동참하고 있다.

하원 정보위는 오는 6일 코언 전 변호사를 불러 여러 증언을 듣는다.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은 지난달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외 금융 이해관계를 살펴보기 위한 광범위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원 금융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사업과 대출·자금 세탁 의혹을, 세입위는 납세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감독개혁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5월 백악관 참모들에게 쿠슈너 선임고문에게 기밀정보 취급 권한을 주도록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AP통신은 "하원이 다수를 차지한 현재, 진행되는 새로운 조사는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법적·정치적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또한 "몇 달 동안 그(트럼프)는 잠재적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의혹 아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 "탄핵은 아직 먼 길…정보 수집 시간 걸릴듯" 지적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현실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전문매체인 워싱턴이그제미너는 사설을 통해 "내들러 위원장은 아직도 ‘팩트’를 가지고 있지 않다, 탄핵은 먼 길이라고 말했다"며 "대통령의 범죄를 자신있게 열거한 사람(내들러)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인정인 셈"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그제미너는 내들러 위원장의 ABC인터뷰에 대해서 "왜 아직까지 민주당원들이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는지를 계속 설명하는 내용이었다"며 "본질적으로 내들러는 당 내부에서 아직도 열 맞춰 줄을 서 있지 않은 상황을 설명한 것이며, 현재로서는 증거 수집과 통신 전략 수립 등 사전 준비작업이 있음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원들이 궁극적으로 탄핵 심판을 진행할지 여부는 미지수"라며 "민주당원들은 이런 점에서 그들 스스로 잘못 이해된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단계(조사 착수)를 기능적으로는 탄핵 절차의 첫 단계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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