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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미친 버니''1% 바이든'… 낙인찍기 도사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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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워런엔 '가짜 포카혼타스' 등 대권경쟁자에 부정적 이미지 씌워

민주당 의원들 "그와 맞서 싸우면 나라가 몸살 앓는다"며 확전 피해

'미친 버니' '1% 바이든' '포카혼타스' '여자 눈사람'….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 '낙인 찍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경쟁자를 언급할 때 꼭 부정적인 별명을 수식어로 붙이는 '낙인 찍기'를 해왔다.

민주당 후보로 나왔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는 '사기꾼 힐러리(Crooked Hilary)', 공화당 경선에서 붙었던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에게는 '거짓말쟁이 테드(Lyin' Ted)', 마르코 루비오 상원 의원에게는 '경량급 루비오(Lightweight Rubio)'라는 식이었다.

지난 19일(현지 시각)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이 대권 도전을 선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트위터에 '미친 버니(Crazy Bernie)가 레이스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앙숙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이 인디언 원주민 혈통임을 내세운 것을 겨냥해 그에게는 '가짜 포카혼타스(디즈니의 원주민 캐릭터)'라고 조롱했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제기해온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 의원이 대선 출정식을 할 때 거센 눈이 내린 것을 비아냥대며 '여자 눈사람(Snowwoman)'이란 별명을 붙였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는 '1% 바이든'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바이든이 지금껏 세 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지지율 1% 이상을 얻지 못한 것을 비꼰 것이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지금껏 대통령들은 가능한 한 오래 경쟁자들을 무시하는 전략을 써왔는데, 트럼프는 논쟁과 불화가 촉발되길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이는 몹시 이례적"이라고 했다. 논쟁을 통해 자칫 경쟁자가 부각될 수도 있는데 트럼프는 개의치 않고 공격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민주당 주자들이 자신 스스로의 강점을 내세우기 전에 이들을 깎아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경쟁자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별명 짓기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는 백악관 참모들과의 회의 때도 경쟁자를 공격하는 별명을 화제로 삼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논한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고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민주당 주자들은 이 같은 트럼프의 공격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심하는 모양새다. 엘리자베스 워런의 경우 출마 선언을 하고 한동안은 트럼프와의 직접적인 설전을 피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지속적인 '포카혼타스' 공격에 지난 10일 "2020년 트럼프는 감옥에 가 있을 수도 있다"며 공격에 나섰다. 다만 워런은 "트럼프는 매일 트위터에 인종차별적이고 증오를 부추기는 글을 올리고 있다. 우리 (민주당) 후보들이 어떻게 하루하루 뒤따라가며 반박하겠는가", "매일 트럼프에게 반응하지 말고, 우리가 무엇을 할지에 대해 말해야 한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트럼프의 공격에 일일이 대응하다가 함께 진흙탕에서 뒹굴까 우려하는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코리 부커 민주당 상원 의원도 "트럼프가 던지는 진흙(turf)에 맞서 싸우려고 하면 우리도 진흙투성이가 되고 나라는 몸살을 앓게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에이미 클로버샤 등은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행정부'라는 표현으로 트럼프를 완곡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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