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시절 군 기무사령부를 동원해 ‘댓글 공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순형)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득식(66) 전 기무사령관에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헌법에 정해진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외면하고 대통령과 청와대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면서 신분을 속이고 대통령과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을 다는 등 국민의 자유로운 여론 활동을 저해했다”고 짚었다. 이어 “이는 소위 집권세력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것으로 정치적 중립 의무 의무에 정면으로 반한다. 우리 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려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배 전 기무사령관은 2011년 3월~2013년 4월 300여명으로 구성된 기무사 댓글조작 조직 ‘스파르타’를 운영하면서 인터넷에서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옹호하고 야권 정치인 등을 비난하는 댓글 2만여건을 달도록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청와대의 요청을 받아 다음 아고라와 같은 포털사이트와 트위터 등에서 정부 정책을 지속적으로 비난하는 이른바 ‘극렬 아이디’ 300여개를 수집해 그 현황을 청와대에 보고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기무사는 현행법상 군사보안, 군 관련 첩보 수집 등을 하도록 그 업무가 제한돼있다.
재판부는 배 전 기무사령관에 적용된 직권남용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배 전 기무사령관은 “북한과의 사이버 심리전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고 군의 현실적 입장을 알리는 것은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이었다. 정당한 직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무사령부는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특정 방향의 여론을 전파하기 위해 신분을 감춘채 일반 국민인 것처럼 반복적으로 글을 게시했다. 이는 일반 국민의 건전한 여론 조성 침해하고 헌법에서 명시하는 군의 책무에 위배돼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녹취 요약본을 청와대에 제공한 혐의, ‘일일 사이버 검색 결과’를 정리해 청와대에 보고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팟캐스트 방송 녹취 요약본을 정리하는 업무는 기무사령부의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일일 사이버 검색 결과’에 국방 안보와 무관한 사이버 이슈도 포함돼있어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배 전 기무사령관이 이에 개입했다는 점을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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