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아베의 작전…새日王 첫 손님은 트럼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오는 5월 즉위하는 새 일왕이 처음 만나는 해외 정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미·일 양국 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일본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을 일왕 취임 후 '1호 손님'으로 정하고 미·일 간 관계를 한층 더 긴밀하게 만들 기회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5월 26~28일을 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을 조정 중이라고 산케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6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이 예정된 상황이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한 달 내에 태평양을 건너 동일 국가를 두 번이나 방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주목된다.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 초청에 매달리는 이유는 일왕 즉위와 관련이 깊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3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 일왕 즉위 후 방일을 요청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일왕이 주최하는 훌륭한 행사를 기대하고 있다"며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 86세가 되는 현 아키히토 일왕은 고령을 이유로 올해 4월 30일 물러나고 큰 아들인 나루히토 왕세자가 5월 1일부터 왕위를 승계할 예정이다. 5월 방일이 실현되면 현 일왕이 처음으로 회담하는 외국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방일이 이뤄지면 이달 말 제2차 미·북정상회담 후속 상황 등에 대한 양국 정상 간 협의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이 예상했다. 양국 실무진은 미·일정상회담, 일왕 주최 만찬 등 공식 일정 외에도 두 정상 간 골프와 스모 관람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스모 관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일본 정부가 6월 말 방일이 예정된 상황에서도 5월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추진하는 것은 일왕 교체 영향이 크다.

매일경제

현재 예정된 일정대로라면 5월 새 일왕 즉위 후 가장 먼저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정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지난해 11월 아베 총리가 중국 방문 때 시 주석에게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전후로 일본을 국빈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오사카를 방문한 뒤 도쿄를 찾는 일정이 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때문에 신임 일왕과 첫 공식 회견을 하는 정상으로 중국 주석이 적절한지를 놓고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일왕 즉위와 함께 연호가 바뀌는 등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상징적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해외 왕실과 정상 등을 일괄 초청해 개최하는 즉위식은 10월 22일로 잡혀 있다.

국내 여론 등을 의식해 일본 정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주목도가 높은 활동을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같은 상징성을 고려해 수락한 것으로 평가된다. 5월 방일과 관련해 정상회담 의제 등에 비해 골프, 스모 관람 등 친교활동 등이 더 먼저 알려지는 것도 이런 전후 사정과 무관치 않다. 이번 방일을 계기로 두 정상 간 친분을 기반으로 한 양국 관계가 더 밀접해질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일 때부터 직접 뉴욕까지 찾아가 만나는 등 공들여 왔다. 특히 두 정상 모두 국내에서 비판을 받으면서도 만날 때마다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7년 2월 트럼프 대통령 초대로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처음 골프 회동을 할 때는 27홀을 함께했다. 최근에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양국 정상 간 높은 친밀도가 양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현안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관련된 현안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 때문이다.

미·중 무역갈등에 가려져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대일 무역적자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제기하며 아베 총리를 압박해 왔다. 양국은 올 들어 본격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지난해 6월 백악관을 방문한 아베 총리를 상대로 '진주만을 기억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이후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며 공식 부인했지만 일본 여론 반응은 싸늘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노벨 평화상 후보 추천과 관련해 18일에도 야당으로부터 진위 관계에 대한 집중 질의가 이어지는 등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이날 아베 총리는 노벨상 추천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질문이 이어지자 "아닌 것은 아니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사실상 추천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야당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안전해졌다는 이유로 추천했다는 설명을 들었다는데 북한 미사일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진짜로 안전해진 것이 맞느냐"며 아베 총리를 몰아세웠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