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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환경부의 블랙리스트, '장관 전용 폴더'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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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산하기관 임원 조치' 등 장관에 보고된 단서 확보

"김은경, 환경부 블랙리스트 보고받고 수차례 지시"

조선일보

김은경 前 환경부 장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환경부가 전(前) 정부 시절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을 내보내기 위해 표적 감사를 시도한 내용이 담긴 문건 등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보고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김 전 장관이 이를 보고받고 지시도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전 정권 인사들을 찍어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현 정권은 정부 기관에 의한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 왔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지난달 환경부를 압수 수색하면서 감사관실 컴퓨터에서 장관 전용 폴더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폴더 안에 '산하기관 임원 조치 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 등이 다수 나왔다고 한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 문건들엔 환경부가 사표를 거부하는 산하기관 임원들에 대해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을 감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 중엔 환경부가 지난해 2월 말 사표 종용에 반발하는 한국환경공단 임원에 대해 개인 비위로 고발 조치하겠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공단 감사실이 2018년 2월 28일 작성한 '환경부 감사 수감 현황 보고' 문건도 그중 하나다. 환경부가 환경공단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등을 감사한 이유와 특이 사항을 정리한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2018년 2월 22일 시작된 임원에 대한 감사는 기간이 '무기한'이었다.

문건엔 '감사 대상자의 대응 수준에 따라 고발 조치 등 적절한 조치 예정'이라고 돼 있다. 또 '감사를 받는 전 정권 사람들에게 업무추진비 카드를 목적 외로 사용한 내역을 알린 뒤 그 반응을 알려달라고 (산하기관에) 요구했다'고도 적혀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문제 삼는 건 특정인을 겨냥한 수사나 감사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수법"이라며 "환경부도 이런 방식으로 특정 인사들에게 겁을 주고, 듣지 않으면 수사 기관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문건"이라고 했다.

검찰은 최근 이 사건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장관에게 (표적) 감사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김 전 장관이 수차례 이와 관련한 지시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이 표적 감사 내용을 보고받았고 후속 지시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말 김 전 장관의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 청와대가 연루됐는지 여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이달 초 검찰 조사 때 "표적 감사 내용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본지는 그에게 수차례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김동진 환경부 대변인은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 의혹은 작년 말 청와대 특감반 소속이었던 김태우 전 수사관이 '환경부 산하 공공 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 문건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자유한국당이 김 전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환경부는 "산하기관 임원 사퇴 동향 등이 장·차관님까지 보고되진 않았다"고 했었다. 당시 청와대도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 유전자(DNA)에는 민간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블랙리스트는 민주주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 폭력"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명단(블랙리스트)을 만들게 한 혐의(직권남용)로 지난해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박해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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