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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택시요금 인상 첫날, 미터기는 아직도 3000원… 기사·승객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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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인상 첫날, 미터기는 그대로 ‘혼란’
16일 교체작업 ‘80대’뿐
기계식 미터기, 통신 기능없어 ‘수작업’
서울시 "미터기 업데이트, 28일까지 완료"

"휴일이라 미터기 교체가 안돼서요. 추가요금 1400원 더 주셔야합니다."

16일 오전 서울 은평구에서 광화문까지 택시를 탄 박모(38)씨는 당황스런 일을 겪었다. 미터기에 찍힌 8300원의 요금을 결제하려고 하자, 택시기사는 미터기를 조작해 1400원의 추가요금을 더해 9700원을 결제해달라고 요구했다. 당황한 박씨는 택시기사에 항의했지만, 기사는 "새벽부터 기본료가 인상된 새로운 요금제가 적용됐다"며 임시로 표시된 새 기준의 ‘요금 조견표(早見表)’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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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택시 안 미터기의 모습. 이날 새벽 4시를 기준으로 기본요금이 3800원으로 인상됐지만, 미터기 창에 띄워진 숫자는 여전히 종전 기본 요금인 3000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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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김모씨는 "하루종일 손님에게 새로운 요금에 대해 설명해주느라 힘들다. 일부 손님들과는 시비도 붙는다"며 "새로운 요금 정책을 시행했으면, 공무원들이 비상근무를 하던지 해서 미터기에 새로운 요금을 반영시켜줘야하는데, 휴일이라고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추가요금까지 계산한 박씨도 "1400원을 더 지불했지만 미터기에 표시가 안되니, 이게 계산이 맞는건지 모르겠다. 찜찜하다"고 했다.

◇ 택시 기본요금 3800원 인상했지만, 미터기는 그대로

16일 새벽 4시부터 서울의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되면서, 시내 곳곳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새로운 요금체계가 주말부터 시행되면서 요금이 미터기에 반영된 택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터기에 새로운 요금제가 반영되려면, 서울시에서 지정한 미터기 제작·수리점을 찾아 작업장을 방문해 미터기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받아야 한다.

택시요금 인상안에 따르면 서울 일반 중형 택시 기본요금(2km)은 주간 3800원, 심야 4600원으로 조정됐다.다. 이는 기존요금보다 각각 800원, 1000원 인상된 가격이다. 중형 택시의 거리요금은 132m당 100원(10m 축소), 시간요금은 31초당 100원(4초 축소)으로 변경된다. 다만, 심야 할증적용시간은 0시~4시로 종전과 동일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택시들의 미터기에는 기본료가 3800원이 아닌, 여전히 3000원으로 표시된 채로 달리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미터기 교체 작업을 시작하지만 16일 목표치는 80대뿐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모든 택시에 새 요금 환산액을 적은 A4용지 크기의 요금 조견표를 비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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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된 택시 요금이 적용 시행되는 첫날인 1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택시에 부착된 요금 조견표의 모습. /박성우 기자


미터기에 기존 요금이 찍히면 기사가 변환표를 보고 새 요금과의 차액을 기기에 손으로 입력해 승객이 결제하라는 것이다. 요금이 4500원으로 찍히면 5500원을 결제받는 식. 그러나 제도 시행 초기인 데다 방법도 번거로워 기사와 승객 모두 당분간 불편이 예상된다.

또 기본요금이 3600원에서 4600원으로 더 큰 폭으로 인상되고, 요금의 10원 단위를 반올림까지 하는 심야 시간에는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택시운전 기사 강모(53)씨는 "손님들이 요금인상 시행을 모르고 있고, 추가요금을 요구하면 불쾌감을 갖는 사람이 많다"며 "생돈을 날리는 방법이지만, 추가요금이 2000원이면 500원 할인해 1500원만 받든지 할인을 해주는 방법으로 승객과의 시비를 피하는 기사들도 많다"고 했다.

◇ 왜 미리 못했을까?…서울시 "日 8000대씩, 28일까지 업데이트 완료"

일부 시민들은 서울시가 새로운 택시 요금제 시행을 앞두고 미리 미터기를 업데이트 하지 않은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직장인 방지영(26)씨는 "미리 미터기를 조정하거나 원격으로 업데이트 해주면 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불편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보안상 미터기에 원격통신 기능을 넣지 않았고, 인상 전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미리 미터기를 업데이트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요금제 시행 이전에 미리 미터기 업데이트를 시행할 경우, 기본요금 3800원이 표시돼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터기는 택시기사가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 택시 미터기를 임의로 조작하면 자동차 관리법 제79조에 따라 운전자와 미터 조작자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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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4일 서울 택시의 기본 요금이 3000원으로 인상되면서 미터기 조정 작업장인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천공원 주차장이 택시기사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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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터기는 서울시가 공인한 약 60여개의 미터기 제작, 수리업체에서만 가능하다. 서울시는 일시에 택시들이 몰릴 것을 감안해 충분한 주차 공간 확보가 가능한 서울대공원·월드컵공원·남양주시 별내동·살곶이체육공원 등 4군데를 지정해 미터기 업데이트 작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또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측과 협력해 택시 기사들에게 교체 작업 대상 순번도 안내했다.

미터기에 새로운 요금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에서 마련한 미터기 프로그램 업데이트 장소에 가서 고정된 미터기의 잠금장치를 풀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야한다. 업데이트 시간은 대당 30분~1시간 정도 소요된다. 다만 기계를 부착하고 대기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더 걸릴 수 있다.
지우선 서울시 택시물류과장은 "교체 대상 택시의 주차 공간 문제 때문에 미터기 교체 작업은 평일인 18일부터 본격 시작된다"고 밝혔다. 지 과장은 "이달 28일까지 택시 7만2000대의 미터기 업데이트를 완료할 예정"이라며 "현재 택시 미터기는 장비를 연결해야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기계식으로. 원격조종이 가능한 넷미터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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