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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경제지표 전망 번번이 부풀리다보니 실제결과 나쁠 때마다 심리 더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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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파행에 정책 올스톱 ◆

매일경제

지난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적표는 참담했다. 문제는 단순히 결과가 나빴다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과도한 '기대치 설정'과 그에 따른 '예측 오차'가 가져올 후폭풍이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도 정책 방향 수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정책 강행→통계 악화→체감경기 악화→경기 기대감 하락→정책 재강행' 악순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용이다. 2017년 말 정부는 다음해인 2018년 취업자 증가폭 전망치를 32만명으로 내놨다. 그러나 지난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제 증가폭은 9만7000명에 그쳤다.

예측 오차만 22만명을 웃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실제치가 예측치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건 '예측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며 "예측을 하는 건 과학적인 정책을 위해서인데, 일단 즉흥적으로 예측을 내놓고 매달 실제치에 미달하면 그때마다 대비책을 급하게 꺼내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예측 실패는 경제 주체의 실제 의사결정과 기대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가 새로 내놓는 예측치를 더욱 보수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신뢰하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즉 예측 실패가 경제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실제로 작년 한 해 경제심리는 곤두박질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재작년 말 정부가 고용 목표치를 제시했을 때 99.1이었던 경제심리지수(ESI)는 지난해 7월 95.8, 12월 92.2, 올해 1월 91.4로 최저치를 연속 경신했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치를 15만명으로 잡았지만 민간에서는 이를 더 낮게 보고,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내에서도 정책 홍보 방식이 지표 부풀리기에 치중했다는 자성이 나온다. 중앙부처 공보 관계자는 "현재 고용 목표치를 너무 올려 잡았다"며 "국민들의 최초 기대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 경제지표란 게 대외지표가 많으니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데 너무 높게 설정해 놔 방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차라리 앞으로도 고용지표가 나빠질 걸 전제하고 이를 대비하는 정책을 제시하는 편이 낫다"며 "특히 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은 제대로 인정하고 가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작명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내정 직후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네이밍을 바꿔야 한다. 분배가 잘되면 경제성장에 좋다는 내용 정도인데 쓸데없는 논란만 일으켰다"고 밝힌 바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분배를 강화했던 건 이명박·박근혜정부 또한 마찬가지지만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국민에게 잘못 홍보됐다는 얘기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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