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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간 동업해온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참전으로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분율 대결을 위한 백기사 모집에, MBK와 영풍 측은 최 회장 개인에 대한 공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이날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데 대해 “적대적·약탈적 인수·합병(M&A)”이라며 반대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조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산업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가 필요하고, 투자수익률 극대화라는 단기적 관점에서 경영은 불가능하다”며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해외 자본에 재매각한다면 국가 기간산업 및 2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과 역량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 장형진 고문(왼쪽)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사진 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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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는 전날 영풍·특수관계인과 주주 간 계약을 맺어 고려아연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데 이어 이날 최윤범 회장에게 제기된 문제와 의혹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영풍은 이날 별도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에게 배임과 주가조작 관여, 선관주의의무 위반, 상법 위반, 일감몰아주기 등의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영풍 지분을 보유한 최윤범 회장 일가는 영풍을 상대로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을 방침이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장형진 고문 등 경영진의 책임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김영옥 기자 |
관건은 지분 확보 대결이다. 고려아연 측 백기사의 추가 지분 매입 여부와 그 규모에 관심이 모인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영풍 측이 33.13%, 고려아연 측(우호지분 포함)이 33.99%를 갖고 있어 국민연금(7.57%)과 자사주(2.39%)를 제외하면 22.92%의 유통 물량이 남는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자금력을 고려아연이 앞서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지분율 과반을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6.05%(약 6965억원)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면 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현재 우군으로 분류되는 현대차그룹과 LG그룹 등을 통해 지분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고려아연 지분 1.85%를 가진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도 진행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공개매수 기간 영풍의 특수관계인인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고려아연 경영진과 이사회 구성원, 자사주 신탁계약을 맺은 증권사에 공문을 보냈고, 서울중앙지법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교환 방식으로 지분을 확대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그동안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었으나 공개매수 기간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오늘부터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창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7월 31일 울산에서 열린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고려아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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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과 고려아연은 1949년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영풍기업사를 공동 창업한 이후 75년간 공동 경영을 이어왔다. 1974년 고려아연 창립 뒤 고려아연은 최씨 가문이,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가문이 맡는다는 전통을 유지해 왔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금·은·동 등의 비철금속을 제련하는 회사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졌다고 시장에서 인정받는다. 지난해 매출 9조7045억원, 영업이익 6599억원의 실적을 냈다. 장씨 가문은 사업지주회사인 영풍과 영풍전자·인터플렉스·코리아써키트 등을 이끌고 있는데, 고려아연을 떼어내면 사세가 크게 쪼그라든다.
균열은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인 최윤범 회장이 2022년 고려아연 회장에 오른 뒤 본격화했다. 최 회장은 2차전지 소재·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이 과정에서 현대차와 한화, LG 등 외부와 손을 잡기도 하면서 장씨 일가와 갈등이 생겼다. 이들 기업에 제3자 유상증자를 하면 장씨 가문 지분율이 줄어들고, 최 회장에 대한 우호 지분율은 늘어난다.
올해는 두 가문 동업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비철금속 수출 회사 서린상사를 두고도 갈등이 이어졌다. 서린상사는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비철금속 해외 수출을 위해 1984년 설립한 기업으로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와 호주 자회사 썬메탈, 영풍의 석포제련소가 생산하는 비철금속의 수출·판매·물류를 전담해왔다. 최대주주는 고려아연이었지만 경영은 영풍 쪽에서 맡아 왔는데, 고려아연은 지난 6월 서린상사 임시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측 인사 4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서린상사 사명을 KZ트레이딩으로 변경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7월 기존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 있던 본사도 종로구 그랑서울 빌딩으로 이전하며 양사 연결 고리가 더 줄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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