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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귀여운 스토커’ 똘이의 견생 2막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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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

사람 좋아해 유독 눈에 띄던 똘이, 평생 가족 곁으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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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가 아름품에 왔다. 입양카페인 아름품에는 똘이가 오기 훨씬 전부터 열댓 마리의 개들이 더 지내고 있었다. 새로 온 신입에게 개 몇 마리가 텃세를 부렸다. 하지만 똘이는 다른 개들이 텃세를 부리거나 말거나 전혀 괘념치 않는 눈치였다. 그것보다는 이전에 몇 번인가 본 활동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 주요한 관심사였다.

아름품 활동가는 똘이가 입소한 첫날, 반나절 만에 지쳤다고 했다. 똘이가 스토커마냥 따라다녀서 일을 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다. 아름품 활동가가 유일하게 해방되는 순간은 사설보호소 지원을 담당하는 활동가가 아름품에 내려갔을 때다. 똘이는 그녀를 작년 봄부터 한 달에 한두 번씩 만나왔다. 아름품에 온 똘이에게 그녀는 가장 오래 알고 지낸 인간 친구고, 유례없이 반가운 사람 중 하나다. 똘이는 이전에 몇 번인가 본 사람을 만나면, 반가움에 꼬리를 흔들고 온몸을 사람의 품에 겁 없이 내던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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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보호소 앞에 버려진 개


희고 풍성한 털을 가진 똘이는 달봉이네 보호소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개였다. 흙먼지로 털을 누렇게 물들였으면서도 그 똘망똘망한 눈빛만큼은 빛을 잃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카라가 봉사대를 꾸려 달봉이네로 지원을 가면 똘이는 늘 견사 문에 달라붙어 손길을 갈구했다. 사회성 없고 사람 무서워하는 개들이 대부분인 달봉이네 보호소에서 똘이는 아이돌이었다. 청소하느라 오랫동안 똘이를 예뻐해 줄 수는 없지만, 청소하러 견사에 들어갈 때면 봉사자에게 꼭 붙어 떨어지기를 싫어했다. 봉사자라면 누구나 다 똘이를 한 번쯤 쓰다듬고는 했다. 몇 시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봉사대가 떠나면 똘이는 그 날 하루 종일을 우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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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똘이를 버렸는지는 알 수 없다. 몇 년 전 어느 날엔가 똘이는 달봉이네 보호소 앞에 버려졌다고 한다. 사설보호소 앞에 개가 버려지는 건 흔한 일이니만큼 별 유난스러운 사건도 아니었다. 똘이는 자연스럽게 달봉이네 보호소 견사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목숨이 위험할 것은 없었다. 때가 되면 꼬박꼬박 밥이 나왔고, 배설물도 때가 되면 치워졌다. 카라의 지원으로 병원도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여느 개가 그렇듯 똘이 또한 사람과 애정이 절실한 개였다. 그대로 보호소에서 목숨만 부지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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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사설보호소의 동물들은 입양의 기회를 얻기가 힘들다. 수많은 동물을 보호소 소장 한 명이 책임지는 형태가 대부분이라, 소장과 봉사자들의 부단한 노력 없이는 대부분 사회에서 잊혀진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똘이도 카라에서 계속 달봉이네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와 입양을 보내고자 했지만, 입양카페 아름품에 자리가 없어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센터에도 동물이 너무 많기에 또 다른 동물을 데려오면 전체적인 동물복지 수준이 훼손될 것을 염려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똘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우리는 똘이를 품에 덜컥 안아 들었다. 몇 년을 의탁한 달봉이네 보호소에서 물든 냄새일까? 꼬질꼬질한 똘이에게서는 큼큼한 악취가 났다. 떠나기 직전, 똘이는 그간 자신을 잘 보살펴주신 소장님의 얼굴에 뽀뽀로 인사를 했다. 차를 함께 탄 똘이의 눈은 여전히 반짝거렸다. 우리는 사람 품을 늘 그리워하는 똘이에게 애써 뱉어내지 못한 부채감이 있었다. 우리는 똘이에게 센터 사정을 구구절절 열거하며 미안하다 말했고, 꼭 좋은 가족을 찾아주겠다는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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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는 병원에서 곧장 건강검진을 하고 미용까지 말끔히 마친 후 아름품으로 내려왔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이 불안한지 개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고 사람 뒤만 졸졸 쫓아다니다가, 이제는 불안함 없이 사람 뒤를 졸졸 쫓아다니게 됐다. 반가운 사람이 나타나면 곧바로 점프해 품 안에 찰떡같이 안기고는 한다.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똘이에게 이제 이전의 악취는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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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그 건너편을 응원할게


사실 악취가 나지 않는 것보다 더 기쁜 소식이 있다. 똘이의 입양을 희망하는 가족이 생각보다 빨리 나타난 것이다. 입양으로 모든 유기견을 구할 수는 없겠지만 똘이의 세상만큼은 바꿔줄 수 있다며 입양을 신청한 사람이었다. 똘이는 곧 신중하게 유기견 입양을 몇 년간 고려해 온 그 가족의 품에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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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가 잠시 품었던 똘이의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사설보호소에서 사람을 그리워하던 개는 사람들의 손길로 센터로 왔고, 곧 평생 가족의 곁으로 떠난다. 하지만 똘이의 삶은 새로 시작된다. 가족과 함께 평범한 반려견으로서 다시 사회에서 살아가게 된다.

우여곡절이 많을 것 같다. 똘이는 이제 다시 ‘앉아!’부터 시작해야 하고, 대소변 교육도 다시 받아야 하니까. 하지만 똘이와 반려인이 함께 가족이 되어가는 그 순간 모두가 먼 훗날에 기쁘게 추억될 것을 믿는다. 똘이의 입양을 너무나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리가 너를 사랑하는 그 이상으로 항상 행복하길 빈다.

글·사진/ 김나연 통신원·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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