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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달라진게 없는 메이 `플랜B`…노딜 브렉시트 `째깍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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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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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29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를 앞두고 영국 정치권에 혼란이 멈추지 않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주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된 브렉시트 합의안의 대안인 '플랜B'를 발표했다. 하지만 기존 안과 별반 다른 내용이 없어 반발만 사고 있다. 메이 총리가 핵심 쟁점 사항에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것이 예상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인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이 EU와 결별)'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21일 하원에 출석해 "우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의원들과 협의하고 논의한 결론을 EU로 다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EU와 미래 관계 협상에서 의회에 더 큰 발언권을 부여하고, 브렉시트 합의안 중 아일랜드 국경 백스톱(안전장치) 조항과 관련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방법을 찾아 EU에 이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특히 가장 큰 반발이 제기된 백스톱 조항과 관련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보더'를 피하면서도 의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안전장치 해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백스톱은 영국과 EU가 미래 관계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하드보더를 피하고자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백스톱이 일단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밖에 노동자 권리 보장, 환경 관련 기준 강화 등 제1야당인 노동당의 요구도 수용하기로 했다. 또 브렉시트 이후 영주권을 신청해야 하는 EU 시민 수백만 명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는 계획도 철회했다. 하원은 이번 계획을 두고 토론한 뒤 오는 29일 표결을 진행한다.

문제는 메이 총리의 플랜B에 구체성이 결여됐고, 메이 총리가 야당이 요구하는 노딜 브렉시트 배제 역시 거부했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를 배제해야 한다는 노동당 등 야당의 요구에 대해 "가장 좋은 방법은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정치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고 사회 통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또 오는 3월 29일인 브렉시트 시한 연장 요구에 대해서도 확정된 합의안 없이는 EU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날 메이 총리가 발표한 플랜B에 대한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기존 입장과 다를 것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메이 총리가 의회에 더 큰 발언권을 부여하겠다는 것과 노동권·환경 관련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이미 의회에서 밝힌 내용이라는 것이다. 백스톱과 관련해 의회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EU와 다시 논의하겠다는 방침 역시 메이 총리가 그동안 수차례 강조해 왔던 것이다.

스카이뉴스는 이에 대해 "플랜B라기보다는 플랜A의 수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CNN은 "메이 총리가 의회에 다시 돌아왔을 때 의원들에게 실속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했지만 (계획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플랜B는 사실은 플랜A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고 전했다. CNN은 의회에서 변경되거나 합의된 모든 것은 승인을 받기 위해 EU와 합의가 필요한데, 아무리 일러도 오는 2월 중순까지 의미 있는 진전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해석했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진 것을 지적한 셈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메이 총리의 수정 계획안에 대해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매일 같은 일이 반복되는 내용의 미국 영화) 같다"고 말했다. 여당인 보수당의 세라 울러스턴 하원 의원은 트위터에 "마치 지난 15일 표결이 없었던 일 같다"며 "플랜B가 플랜A"라고 메이 총리를 비꼬았다. 영국의 최대 기업 로비 단체인 영국산업연맹(CBI)의 캐럴린 페어번 사무총장은 "정부가 폭넓게 논의하겠다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라면서도 "벼랑 끝으로 향하는 슬로프가 더 가팔라지고 있지만 의회는 여전히 교착 상태에 있다"고 우려했다.

BBC는 여야 의원들이 메이 총리의 플랜B가 다시 부결된다면 3월 말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안건을 상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가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메이 총리의 플랜B로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만 키운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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