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에 출석해 플랜 B를 발표하며 의회 의원들과 더 많은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브렉시트 관련 논의가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 하원은 지난 15일 브렉시트 합의안을 230표(찬성 202표, 반대 432표)라는 사상 최대 표차로 부결시켰다. 이에 메이 총리는 의회와 협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차선책을 21일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16일 불신임안 투표에서 살아남은 후 의원들과 ‘플랜B’ 마련을 위한 초당적 논의를 진행해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19년 1월 21일 영국 하원에 출석해 브렉시트 ‘플랜B’를 발표하고 있다. /더선 |
메이 총리는 백스톱(안전장치) 조항과 관련,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막으면서 의회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의원들과 논의한 결과를 놓고 EU와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고도 했다.
백스톱 조항은 영국 의회가 지금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거부하는 주요 원인이다. 영국 정부와 EU는 브렉시트 예정일인 3월29일 전까지 ‘하드 보더’에 관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국으로 묶어 두는 내용의 백스톱 조항을 합의문에 담았다. 영국 보수당 내 강경파를 비롯해 제1 야당인 노동당 등은 이 조항을 반대해왔다. 백스톱이 발동되면 영국이 마음대로 철회할 수 없기 때문에 EU에 종속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메이 총리는 EU에 요청할 사항을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백스톱을 5년 간 유예하자는 폴란드의 제안을 자세히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 메이 총리는 노동당의 요구사항을 수용해 브렉시트 이후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과 환경보호, 환경기준 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 남기 원하는 EU 시민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철회한다고 했다.
메이 총리는 제2차 국민투표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메이 총리는 "2016년의 국민투표가 무시되면 ‘사회적 화합’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의회가 승인할 수 있는 대안이 도출되지 않는 한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EU가 합의안 없이 브렉시트 기한 연기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의회는 오는 29일 ‘플랜B’ 브렉시트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 계획안은 과반으로 통과될 경우 EU과의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메이 총리와 의회의 입장차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의 ‘플랜B’는 기존 계획과 다를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CNN은 "메이 총리가 의회에 다시 돌아왔을 때, 그는 의원들에게 실속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했지만, 그는 (계획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의 수정 계획안에 대해 매일 같은 일이 반복되는 내용의 미국 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같다"고 했다. 그는 "메이 총리는 합의안을 거부한 의회의 결정을 수용한 것처럼 행동했지만, 실제로는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코빈 대표는 노딜 브렉시트를 배제하지 않으면 메이 내각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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