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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투기 논란…“개인투자 부적절, 단순 투기 몰기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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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보는 손혜원 의원 투기 논란

지역 유산 재생에 긍정적 역할 평가 상당수

공직자 사익투자 논란소지 있지만

‘재산권 걸림돌 치부된 근대유산 현실 감안해야’

면 단위 역사유산 재생사업 보완하며 지속해야



한겨레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 논란이 번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근대건축·도시 전문가들의 심경은 착잡하다. 현장에서 근대문화유산 보존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손 의원이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면이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단순한 투기로 몰아가기엔 무리한 점이 있음을 짚었다.

17일 낮 부산 동아대 부민교정에서 열린 도시재생 국제심포지엄 행사장에서 만난 김기수 동아대 건축과 교수는 “손 의원이 부근 집들을 사들인 목포 원도심 근대유산 구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뒤 집값이 폭등했다고 보도하지만 대도시나 주변 도시에 비교하면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몇몇 분들의 선도적인 투자로 이제야 근대유산 공간의 가치가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징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년 전부터 부산 우암동 옛 피난민촌 소막마을의 도시재생과 근대등록문화재 지정 확대를 추진중인데, 여기는 주민들이 등기 비용도 못 낼 정도로 가난하고, 주위 관심도 거의 전무해 너무 힘들다. 손 의원의 행동을 투기로만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도시 전문가들은 공동화된 옛 도심을 살리고 개발 위기에 처한 도시 문화유산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공뿐 아니라 민간의 투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도시 전문가인 김진애씨는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도시의 보존과 우리의 기억을 공간에 아로새기려면 정부뿐 아니라 민간이 들어가 활성화되는 걸 보여줘야 거리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손 의원의 행동은 선의로 했다고 보지만,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감안하면 타이밍이 안 좋고 방식(조카 등의 이름으로 매입)도 안 좋다”고 지적했다. 17일 심포지엄에서 국내 도시재생의 실천적 사례를 발표한 오광석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는 “왜 대중에게 투기로 오해받는 상황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현상적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의혹 건은 근대문화유산들의 열악한 관리 정비 상황 속에서 공직자의 개인 투자 자체가 문제가 된 것”이라며 “개인 수익의 일정 부분을 공유기금으로 내어 적립하는 등 사업 내용에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세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지난해 8월 군산·영주와 함께 처음 ‘면’(面) 단위의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10여채의 건물을 포함한 목포 옛 도심부 근대거리의 공간적 경관 자체가 보존하고 활용해야 할 문화재적 가치를 공식 인정받은 것이다. 면 단위 공간의 등록문화재 지정은 문화재청과 문화재 전문가들의 숙원이었다. 2001년 근대 등록문화재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래 2007년부터 문화재청은 ‘역사문화거리 조성’ 안을 세우고 용역보고서까지 발간했으나, 재원 부족으로 제자리걸음만 했다. 그러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면서 매년 50억원대 이상의 예산 지원이 물꼬를 트게 되자 퇴락한 중소도시의 근대문화유산들의 면 단위 등록문화재 지정을 통한 도심 활성화 사업이 각광받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근대 등록문화재를 투기 대상으로 보는 것은 무리한 인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건축사가이자 문화재시민운동가인 김란기씨는 “현행 문화재보호법 등의 법제에 면 단위 공간의 등록문화재를 지정할 경우 공간에 포함될 건물에 어떤 식의 혜택과 제한을 두는지를 법조항으로 명시하고, 도시 지구단위 계획과도 연계해 개발수익의 공공적 활용을 위한 제도적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위원인 안창모 경기대 교수도 “등록문화재는 지난 10여년간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걸림돌로만 인식되어 왔고, 투기 대상이 된 전례도 없다”며 “사회적 논란을 최대한 줄이면서 재력 있는 이들이 민간 차원의 도심 근대문화유산 지구의 활성화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과 인식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지목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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