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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직장인이 하루 마시는 블랙카본 13㎍… 버스·지하철이 제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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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재앙… 마음껏 숨쉬고 싶다]

본지 기자, 교통수단별로 출퇴근하며 블랙카본 재보니

조선일보

공기 질 측정기 주머니에 꽂고 자전거 출근 - 15일 오전, 본지 김효인 기자가 보건용 마스크를 낀 채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광화문 사무실까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김 기자의 점퍼 앞주머니에 파란색 대기 질 측정기가 들어 있다. /이태경 기자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가 1㎥당 24㎍으로 '보통' 수준을 보인 지난 2일 오전 8시 10분 기자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서울 성동구의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 사무실로 출근했다. 사무실에서 일하고 퇴근하기까지 이날 기자는 얼마나 많은 블랙카본(전체 초미세 먼지의 10~15%를 차지하는 독성물질)을 들이마셨을까. 소형 블랙카본 측정기를 들고 종일 생활해 본 결과 이날 하루 일과 중 총 13.57㎍가량의 블랙카본을 흡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과 시간 평균 블랙카본 10㎍ 흡입

블랙카본은 아직 구체적인 흡입량에 따른 위험성은 연구되지 않았으나, 일반적인 초미세 먼지보다도 크기가 작아 더 위험하고 디젤 엔진 등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기자는 지난 1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소형 측정기(미국 AethLab사 AE-51)를 갖고 일상생활 곳곳에서 발생하는 블랙카본의 양을 측정했다. 흡입한 블랙카본양을 측정하면 들이마신 초미세 먼지양도 계산할 수 있다.

측정한 날은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가 각각 25㎍/㎥, 22㎍/㎥, 34㎍/㎥이었던 지난 1일과 2일, 10일이었다. 이 중 가장 일반적인 출퇴근시간에 가깝게 생활한 2일의 경우 전체 초미세 먼지에서 블랙카본이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했을 때 최대 135.7㎍가량의 초미세 먼지를 들이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하철로 출근할 때(5.06㎍), 식사를 할 때(2.05㎍) 등 환기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생물성 연소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흡입량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전거·도보가 블랙카본 흡입 적어

또 똑같이 한 시간을 이동한다고 가정할 때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가는 것이 오히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것보다 블랙카본을 적게 흡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교통수단으로 출근해본 결과, 노출되는 블랙카본의 평균 농도는 버스가 1㎥당 12.2㎍, 지하철이 8.9㎍, 자전거가 7.6㎍, 도보가 6㎍, 택시가 4.8㎍이었다. 버스와 지하철은 초미세 먼지가 '보통' 수준인 날, 자전거·도보·택시는 '나쁨'인 날 측정했는데도 자전거와 도보로 이동할 때 블랙카본 농도가 지하철로 이동할 때 농도보다 낮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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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치를 한 시간 동안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한 것으로 환산해보니 버스의 블랙카본 흡입량이 가장 큰 10㎍이었고, 지하철이 7.3㎍으로 그 뒤를 따랐다. 자전거는 6.2㎍, 도보는 4.9㎍으로 지하철을 이용할 때 흡입량의 0.6~0.8배 수준에 그쳤다. 박동욱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할 경우 자전거 전용도로, 보행자 전용도로 등을 이용하게 돼 상대적으로 공기 질이 나을 수 있다"며 "반면 지하철은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밤 시간대 디젤 청소 차량의 영향이 계속 남아 의외로 공기 질이 나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택시는 25분, 지하철과 버스는 30분, 자전거는 45분, 도보는 1시간 10분이 걸렸다. 걸린 시간에 교통원별 평균 흡입량을 곱하면 버스를 탈 때 블랙카본 노출량이 5.1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전거와 도보가 각각 4.7㎍, 4.8㎍으로 비슷했고 택시는 1.68㎍, 지하철은 3.06㎍이었다.

☞블랙카본

경유차 등 자동차 매연이나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검은색 그을음으로, 장기간 흡입하면 폐 기능 저하, 인지능력 저하를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크기가 지름 2.5㎛ 이하로 매우 작다. 통상 전체 초미세 먼지 양의 10~15%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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