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2인자’ 박보희 전 <세계일보> 사장이 12일 오전 7시3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
1930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50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육사 2기 생도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52년 미국 유학을 거쳐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 보좌관을 지냈다. 57년 통일교에 입문한 그는 61년부터 세계 선교사로 활동했다. 62년 리틀엔젤스 창설, 65년 미국 워싱턴교회 설립, 69년 한국문화재단 초대 총재 등으로 통일교의 ‘승공’ 이념을 홍보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고인은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가 71년 미국 등 세계 순회 포교에 나설 때 통역 겸 특별보좌관으로 수행하면서 실세로 부상했다. 그는 뛰어난 영어 실력과 능수능란한 표정으로 청중을 사로잡아 통일교를 서구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한 공신이 됐다.
1976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폭로로 불거진 ‘코리아 게이트’(박동선 사건)에 연루된 고인은 78년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눈물을 흘리며 증언한 일로 유명세를 탔다. 그는 코리아 게이트를 조사하는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산하 국제기구소위원회(프레이저 위원회)에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외려 도널드 프레이저 위원장에게 공격을 퍼붓고 애국심을 자극하는 공개 증언으로 위기를 빠져나왔다. 그의 증언은 2000년 회고록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1·2·3권>(홍익출판사)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고인은 문선명 총재와 겹사돈을 맺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째딸 박훈숙(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문 총재의 둘째 아들 흥진이 교통사고로 숨지자 84년 영혼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고인의 둘째 아들 진성도 문 총재의 둘째 딸 인진씨와 나란히 결혼했다.
통일교에서 창간한 <세계일보>의 사장 시절인 1991년 12월, 그는 문 총재와 김일성 주석의 평양 단독 회담을 주전한 이래 통일교의 북한 진출을 주도하고, 94년 7월 김 주석 사망 때는 남쪽에서는 유일하게 직접 조문해 김정일을 만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으로 3년간 외유 생활을 해야 했다.
2013년 부인 윤기숙(2017년 별세)씨와 결혼 60주년 회혼례를 열고 생애화보집을 냈던 고인은 지난해부터 경기도 가평 통일교 청심국제병원에 입원해왔다.
유족으로는 박나경·준선(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미국 자산관리 대표이사)·진성·훈숙(유니버설문화재단 이사장), 연숙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 15일 오전 5시, 장례식 15일 오전 8시 천복궁교회. (02)3010-2000.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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