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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한국지엠 신설 R&D 법인 ‘10년 이상 지속’ 약속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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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연구·개발 노력할 것” 안 해도 그만…회의적 시선

법인 분리 후에도 기술 특허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청 거부

한국지엠이 18일 주주총회를 열어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안건’을 재의결하면서 한국지엠의 법인 분리 사태는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됐다. 법인 분리에 반대하던 산업은행을 설득한 GM 측은 신차 배정과 연구·개발 거점 유지로 회사를 빠르게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추가 구조조정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며 19일 8시간 파업하기로 결정하는 등 즉각 반발했다. 합의 사항 이행을 담보할 강제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지엠이 이날 오전 주총을 열어 연구·개발 법인 분리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것은 산은이 법인 분리에 대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산은은 지난달 법인 분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며 GM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산은은 법인 분리 후 생산법인과 연구·개발 법인 모두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부채비율도 개선되는 등 경영 안정성이 강화될 것이란 GM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산은이 GM과 한국지엠 간 비용분담협약(CSA)의 계약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고려됐다.

산은은 특히 배리 엥글 GM 해외부문총괄사장이 이달 초 한국을 비밀리에 방문해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치권을 비롯한 국내 인사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실리를 챙겼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산은이 밝힌 GM의 약속 사항을 보면 신설 법인을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의 중점 연구·개발 거점으로 지정하고, 향후 10년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추가 연구·개발로 경쟁력 강화에 노력할 것도 확약했다.

이날 이동걸 회장은 “중점 연구·개발 거점으로 지정돼 SUV와 CUV 관련 연구·개발을 모두 한국으로 돌리게 된다”며 “이럴 경우 부품업체도 개발 단계부터 같이 참여할 수 있어 추후 부품을 공급할 때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가 연구 물량 확보 등에 들어 있는 ‘노력 확약’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해 ‘공염불’이 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한국지엠이 보유한 차량 기술 관련 ‘특허’에 해당하는 중점 연구·개발을 법인 분리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산은의 요구를 GM 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개발 비용으로 연간 6000억원 이상을 GM 본사에 제공했지만 계약기간은 올해 말 만료된다.

업계에서는 연구·개발 능력이 사라져 GM이 신차 배정을 하지 않을 경우 공장 가동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사측의 법인 분리 의결에 대해 총파업을 불사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과 산은이 노조를 배제한 채 ‘전광석화’처럼 연구·개발 법인 분리를 의결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노조는 법인 신설을 추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여기며 해고 바람이 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19일 전체 조합원 1만1000명이 전반조와 후반조로 나눠 4시간씩 파업을 할 계획이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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