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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직무상 의무 위반' 아닌 ‘품위 손상'으로 징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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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징계 사유’ 놓고 비판 목소리

징계 8명 중 6명 ‘품위 손상’ 적용

향후 검찰 수사·형사 재판에서

‘직권남용’혐의 피하려는 사전포석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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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징계위)가 징계가 청구된 법관 13명에게 18일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징계위가 일부 법관에겐 징계 사유로 ‘직무상 의무 위반’이 아닌 ‘품위 손상’만 적용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일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와 사법농단 재판에서 징계 대상 법관들에게 ‘직권남용’이 적용되는 부담을 피하려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법관징계법(제2조)을 보면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했을 때 △법관이 그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을 때 등 두가지 경우를 법관 징계 사유로 삼고 있다.

징계위는 이번에 징계를 의결한 8명 가운데 ‘직무상 의무 위반’을 적용한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6명에게 ‘품위 손상’을 징계 이유로 들었다. 재판 개입, 법관 사찰 방안을 궁리한 문건을 다수 작성한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 역시 ‘품위 손상’을 이유로 감봉 4~5개월의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법원 안팎에서는 직무 의무 위반이 버젓이 징계 사유에 있는데도 징계위가 ‘품위 손상’을 내세운 것은 검찰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향후 기소될 법관의 형사 재판을 진행할 재판부가 ‘직권남용’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피하게 해주려는 ‘사전 포석’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권남용은 사법농단과 관련해 빈번하게 언급되는 죄명이다.

한 판사는 “사법농단은 판사들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일으킨 것이다. 직무로서 수만쪽의 문건을 작성하고, 직무로서 법관을 사찰하고 재판에 개입했다. 직무를 위헌적으로 수행한 것인데 어떻게 직무위반이 아닌 품위 손상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판사는 “‘품위 손상’은 징계 사유는 돼도 형사처벌 사유는 되지 않는다. 징계위 해석대로라면 아예 남용할 직권이 없다는 것인데, 향후 형사 재판과 거리를 두려고 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징계위 결과가 사법농단 재발 방지에 아무런 영향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판사는 “법원 내부 구성원들에게 징계가 청구된 법관들이 했던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결국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한솔 김민경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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